98. 시험치던 날의 단상

변시 보기 전날부터 당일

by 오뚝이


지난 2025년 1월 14일부터 18일.

네 번째 변호사시험을 보았다.


나는 시험 전날 아침까지 공부를 하고 오후에 시험을 보는 학교 근처에 미리 잡아둔 숙소로 이동하였다. (기숙사 입실 실패 이슈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잡아야 했다… 서울에 있는 로스쿨에서 시험을 볼 경우 기숙사 입실이 쉽지가 않다.. 기숙사를 제공하는 학교 자체가 적고 제공한다고 하여도 소수의 방만 개방한다. 왜죠? 여러모로 번거로움..)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시험이 치러질 학교에 가서 시험장 위치를 확인했다. 시험장이 교문과 직선거리로 매우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보내준 합격기원 초콜렛(고마워 썽가)


숙소에 짐을 풀고 첫째 날 시험공부를 했다.

새벽 3시 30분 정도까지 책을 보다가 컨디션을 위해 잠을 청했다. 다음날 7시에 일어나서 다시 책을 보다가 8시 10분에 아침을 먹고 8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1교시는 10시에 시작되고 시험장은 8시 20분부터 개방한다. 나는 너무 일찍 가면 오히려 긴장이 더 돼서 개방 시간을 맞추지 않고 8시 50분 정도에 교실에 도착한다고 계획하고 준비했다.


시험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옆사람과의 간격이 너무 좁고, 책상과 의자가 일체형이고, 책상이 세로로 너무 비좁아서 객관식 문제집을 다 펼치면 아랫부분이 책상에서 튀어나올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나만 불편한 거 아니니까. 이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시험을 보는 거니까.라고 자기 암시를 했다.


9시 30분이 되면 모든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가방을 교실 앞에다가 제출해야 한다. 시험이 시작되는 10시까지 30분 동안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그 시간 동안 다행히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어서 화장실에 다녀오고 긴장되는 마음을 풀려고 애썼다. 일명 시험지 감독관이 시험지를 가지러 갔다. 시험지 감독관이 시험지를 시험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시험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손을 책상 아래로 내리고 있어야 한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함이다.

객관식 시험은 OMR 카드에 마킹을 하는 형태로 시험을 보고 주관식인 사례형, 기록형은 23년도부터 수기에서 CBT로 방식이 바뀌어서 배부된 노트북에 타이핑을 하는 형식으로 시험을 본다.


객관식 시험을 볼 때 멘탈적인 면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옆 사람의 시험지 넘기는 소리가 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나보다 빨리 푸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빨리 푼다고 잘하는 거 아니다...(ㅎㅎ)라고 자기 암시를 하며 다른 수험생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시험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점심 먹고 사례형을 치고 좀 쉬었다가 기록형을 친다.

다 끝나고 나니 저녁 7시.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씻고 조금 쉬고 나니 8시 30분.

4시까지 책을 보다가 잠들었다. 2시간만 자고 일어났다. 왜냐면 셋째 날은 휴식일이라 그나마 좀 잘 수 있기 때문에 무리를 해도 되는 날이다. 아예 밤을 새우면 절대로 저녁까지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몇 시간이라도 자야 한다.


이런 사진도 찍어놨었네..


둘째 날, 첫째 날과 같은 일정.

셋째 날은 휴식일이다. 사실 이름만 휴식일이지, 넷째 날, 다섯째 날은 첫째 날, 둘째 날을 합친 것보다 배점이 큰 민사법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휴식일을 알차게 써야 한다.


시험이 끝난 과목의 책들은 바닥에 던져뒀다…


이번 변시 때는 휴식일이 딱 내 생일날이었다.

사람들에게 축하 카톡이 왔다. 고마웠다.


시험장 근처에 잡은 숙소에서 공부


이 날은 몇 시에 잠들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다음날 민사법 객관식, 민사 기록형 시험.

5시 30분에 시험 끝.

빠르게 숙소로 돌아가서 다음날 시험을 준비했다.

드디어 끝나간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들떴지만 마지막 날 민사 사례형이라는 높은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날인만큼 최대한 잠을 줄이고 몰아치듯이 공부했다. 일말의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았으므로...


셋째 날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파스를 어깨와 허리에 붙였다.


마지막 날, 마지막 교시.

이제 두 시간만 버티면 모든 것이 끝이 난다.


네 번째 시험이 끝나고 나서 유난히 허탈함이 크게 밀려왔다.


시험이 끝나고 일부러 커뮤니티 등에 들어가지 않았다. 후기를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듣게 된 말로는 이번 시험이 매우 어려웠다고 하고 객관식 컷이 10개나 하락했다고 했다.


나는 원래 주관식보다 객관식이 많이 약한 편이라 객관식 컷이 하락하였다고 하여 내심 합격을 기대했다. 진정 통백은 하나도 없었고, 잘 모르겠는 문제도 법전을 뒤져가며 어떻게든 써냈기 때문에 주관식이 작년보다는 더 오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합격자 발표가 난 다음날에 성적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주관식에서 점수가 올랐지만 객관식을 너무 못 봐서 합격컷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 떨어졌다. 사실 조금이 아니지..소수점 차이로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객관식을 열 개만 더 맞췄더라면, 주관식을 과목별로 조금씩만 더 잘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얼른 떨쳐내려고 애를 썼다. 이제는 더 이상 무너질 마음도 없는 거 같았다.


내년 1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호사시험.

정말 후회 없이 후련하게 치고 나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야지. 힘내자.



Foo Fighters

<The Pretenders>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음악이 듣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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