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듣고, 인강 듣고, 문제집 풀고, 먹고...
9/7 일요일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신는 벤시몽 신발을 신었다.
색이 그나마 밝은 색이라 저 신발을 신으면 기분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런데 세탁을 해야 할 거 같긴 하다.)
보라색 모자랑 깔맞춤 해서 보라색 양말을 신었다.
양말을 신으니 신발이 터질듯해 보이네.
시몽이가 제발 양말을 벗어달라고 아우성쳤지만 무시했다. 저래 보여도 발은 편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밖에 나오고 나서야 알았다.
선크림을 안 발랐다는 것을.
이렇게 고속 노화의 급행열차를 탔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처럼 수업을 듣는데 필요한 무기를 꺼내 펼쳐놨다.
목캔디, 글루콤(비타민), 핸드크림, 커피, 펜, 강의자료.
나는 필통을 안 가지고 다닌다.
넣고 빼기가 귀찮기도 하고 학용품 부자여서 지금 가지고 있는 필통에 다 안 들어가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펜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눈은 점점 감겨오고, 뇌가 정지하기 시작할 즈음 강사님이 학생들의 상태를 보더니 10분간 쉬어가자고 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있는 특강이 10월로 미뤄졌다. 야호.
그러나 조삼모사다. 어차피 들어야 하는 거...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늦잠 좀 자야지.
일찍 눈 떠지면 다시 자야지...
특강이 끝나고 동기형이랑 잠깐 대화를 했는데 학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학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모 강사가 누구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학생이라고 대답하니 다짜고짜 화를 내며 여기는 강사들만 주차하는 곳인데 학생이 왜 주차를 하냐며 강사들도 주차할 곳이 부족하다며 본부장! 본부장! 을 외쳤다고 한다. 본부장이 자리에 없어서 그 강사는 한 번 더 화를 내더니 갈 길을 갔다고 한다.
동기형은 너무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그 강사는 평소에 말버릇이 이것도 몰라요?라고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인성에 문제 있는 강사들이 좀 있다. 동기형과 나는 이젠 정말 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가끔 이곳에서 오랜 시간 강의를 해온 강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시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해 학생들 위에 왕처럼 군림하고 싶어 하는 듯이 보인다.
그들에게 신림동 고시촌은 하나의 왕국이고 학생들은 그들을 따르는 추종자이자 돈줄이다.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듯이 보이는 강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이 세상은 이 작은 고시촌이 전부가 아닌데..
상. 호. 존. 중. 합시다. 네??
나는 집순이다.
집에 있는 게 제일 좋고 집에서 제일 안정감과 안전함을 느낀다.
요즘처럼 예민한 시기에는 더더욱 혼자 있고만 싶다.
특강을 듣고 기가 빨려서 집에서 좀 누워있었다.
잠은 안 왔지만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됐다.
저녁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저녁을 먹기 전에 말차 팥 롤케이크를 애피타이저로 먹었다.
밥 보다 디저트가 내게 더 큰 힘을 주는 거 같다.
저녁은 먹다 남긴 후라이드 치킨을 데워 먹을 것이다.
냠냠 굿.
인강을 듣는데 강사님 옷이 예뻤다.. 강사한테 잘 어울렸다.
저 강사는 수업 전에 항상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신다고 하던데 옷도 골라주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을 것만 같다. 매 강의마다 다른 색의 스텐리 텀블러를 쓰시는데 도대체 몇 개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7일 동안 민법 사례집을 1회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사례집을 7등분을 해보니 하루에 61쪽씩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음… 그렇다.
며칠 전에 한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본 것인데 쇼펜하우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고독을 즐긴다."
음...
나는 그냥 사람. 그냥 고독한 사람.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간다.
다시 시작되는 한 주도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