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입니다.
며칠 전, 학원에서 짐을 챙겨 나오는 길이었다.
한 부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학원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분들의 옆을 지나가는데 대화 내용이 들렸다.
부부 중 1인이 말했다.
“아니, 로스쿨을 다니면 되지 왜 학원을 다녀???”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시길래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큰일 난 일인 줄 알 거 같았다.
그런데 맞지. 큰일이지.
로스쿨을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아직 시험에 붙지 못해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올해는 유난히 나처럼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니 정말 큰일이지.. (학원을 확장해서 학원 수강생이 많아진 것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인 거 같기도 하고..)
몇 주 전에는 점심을 먹으려고 학원에서 나오는데 어떤 남성이 나에게 물었다.
“이 학원 다니면 변호사 되는 거예요?”라고.
나는 그냥 재빠르게 대답했다.
“시험 떨어져서 다니는 거예요.”라고…
그랬더니 그분은 그제야 수긍이 간다는 듯이
“아~ 그런 거죠?”라고 했다. 쩝..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졸업시험에 합격을 해야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가뭄에 콩 나듯이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수료생 신분으로 변시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 아예 채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변시는 불행히도 초기 도입 취지와는 달리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자격시험이 아니고 1등부터 줄세워서 뽑는 상대평가이다...문제가 많다. 절레절레..)
의대를 나와도 국가고시를 봐서 의사가 되듯이 변호사 역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변호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원래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으므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 하고, 타인이 뭐라고 해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삶의 지혜를 나이가 먹어가면서 조금씩 습득하게 되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아직도 그 부부의 심각한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휴 나는 왜 하필 그 타이밍에 그 옆을 지나간 걸까…
공부를 하다 보면 가끔은 잔잔한 호수 같은 내 마음에 누군가 큰 돌을 던지는 일이 생긴다. 그 돌은 끝 모를 파장을 일으킨다. 정작 그 돌을 던진 자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 돌을 맞은 호수는 온몸으로 흔들린다.
그래서 공부가 멘탈 싸움이라고 하는 것 같다.
멘탈이 강해야 어떤 환경적, 상황적 어려움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봐야 나만 손해인 것이다.
멘탈을 강하게 하자!
그리고 사실 학원 건물에 ‘변호사 학습관’이라고 굳이 크게 써붙여 둔 것 자체가 문제인 거 같다… 그것도 눈에 잘 띄는 주황색 배경에 하얀색 글씨로 말이다.. 그냥 학원 이름만 써붙여놨으면 괜찮을 텐데.. 쩝..
아무튼 나는 그저 오늘도, 내일도, 내일모레도 묵묵히 공부를 할 뿐이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렇게 생겼습니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