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공부하는 사람에게 (굳이) 안 했으면 좋겠는 말

무지개 반사하고 싶은 위로 같지 않은 위로에 대한 고찰

by 오뚝이


이 세상 모든 수험생들이 저와 같은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이하 내용들은 '제가 듣기 싫은 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거야.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쉬워. 사회 나와봐 얼마나 힘든데. 안 맞는 사람들하고 일하고 부대끼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누군가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이다. 이 말을 듣기 싫은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넘어간다.



2. 너 정말 대단하다. 나라면 못할 거 같아.


의외일 수 있으나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단하다”는 말.


나는 모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집 밖에 나가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곤하고 쉬고 싶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열심히 말고 그냥 하는 것만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에 원해서 이 세상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가 이 세상에 내던져지다시피 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열심히 살아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갓생', '미라클 모닝'을 싫어한다. '걍생', '그냥 모닝'만으로도 힘들던데... 갓생 살고 미라클 모닝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비치는 것에 공감이 안된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갓생 살지 않고 미라클 모닝하지 않는 사람들은 게으르게 느껴지게끔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합니다...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 변호사시험은 5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고시공부가 그렇듯이 이번에 조금만 더 하면 붙을 거 같기도 하고, 그동안 들인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할 때가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왜 변호사가 되고 싶었는지를 항상 상기하면서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냥 하게 된다. 하나의 일처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다섯 번의 기회 모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뭔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려서 오히려 더 부담이 된다.



3. 변호사가 돼도 너무 고생스러워 보이더라. 맨날 일만 해.


이 말을 한 사람의 의도는 그것이었다.

어차피 변호사 돼도 힘들어. 그러니까 떨어져도 괜찮아. 다른 일 하면 돼.


고생스럽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는가.

놀고먹기만 해도 월급 주는 직장이 어디 있는가.

야근에, 주말근무에..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변호사만 과로하겠는가.

다들 고생해서 밥벌이하는 거지...

고생 안 하는 직업 있으면 알려주십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직업 있으면 알려주십셔..


그리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굳이 떨어져도 된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안 되고, 다른 일 하면 된다는 말도 변호사가 장래희망인 사람에게 전혀 위로가 안 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라는 말이냐? 그냥 들어달라는 말이다. 그냥 옆에 있어달라는 말이다.


나는 '내가 힘든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힘듦에 굳이 경중을 따질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누군가 내게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내가 듣기에 그다지 큰 일처럼 느껴지지 않더라도 '지금 그 사람에게는 가장 큰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말을 하는 거구나' 하며 최대한 공감해주려 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상대방이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는 모습을 종종 봤다. (나는 원래 오지라퍼이기 때문에 남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나에게 고민상담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만큼 상대가 나를 신뢰한다는 뜻이니까. 비록 지금은 내 코가 석자이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나 밖에 생각을 못하지만...)


재벌 4세들도 나름의 고민거리가 있지 않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힘든 사정을 가지고 산다.

그러므로 가끔은 누군가 힘들다고 말할 때 왜 힘든지 묻기보다 지금 네가 힘들구나. 많이 지쳐있구나.라고 공감해 주는 게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고맙고 힘이 된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사람은 저 위에 말들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을 만나지 않으므로 애석하기만 할 뿐이다.. (비단 저 말 하나로 그들을 만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위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자우림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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