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브런치를 시작하고 동창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by 오뚝이


내가 쓴 브런치 글들을 페이스북에 링크를 걸어서 올리고 있다.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나의 페이스북은 죽어있다시피 했는데 생존신고 겸 브런치 글 홍보(?) 겸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페이스북에도 브런치에 쓴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수험생활로 친구들이 내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나의 카톡은 광고성 메세지 들로만 가득했었다.


합격하고 나서는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수험생활을 하며 인간관계 정리가 싹 됐다.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에게 더 고마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거 같다. 그냥 말 한마디라도 건네준 사람들을 잊을 수 없게 되는거 같다. 그리고 그동안 오랜 시간 나와 관계를 맺던 사람들의 마음이 '진심'이었는지 아닌지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누군가 밑바닥에 있을 때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어찌됐든 나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므로 밑바닥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거듭되는 불합격 속에 내가 느꼈던 상처와 고통들을 생각하면 저 말을 어느 정도 내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만 같다. 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이 많이 꼬인거 같다..


처음 시험에 몇 번 떨어졌을 때는 쪽팔렸다.

사람들이 '쟤 아직도 공부해?', '쟤 아직도 시험 합격 못했어?‘, ‘저 정도 했으면 그만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저 정도면 적성이 없는 거 아니야?'라고 수군거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내 소식을 알리지 않고 은둔 생활을 했다.


사실 이건 나 혼자만의 자격지심, 피해망상일지도 모른다.


브런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교 졸업식 때 보고 지금까지 못 본 친구에게서 거의 10년 만에 연락이 왔다. 내 글을 잘 읽고 있다고, 자신은 홍콩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시험 끝나고 그 친구를 만나러 홍콩에 가고 싶다.


심지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었다. 그 친구가 먼저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꼭 합격하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고맙다 친구야!


가장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문과 동기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나의 브런치 글을 보게 됐다고. 글들을 보고 나니 연락을 하고 싶어 졌다고..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먼저 연락을 해줘서..

나는 공부한답시고 언니의 결혼식도 못 갔는데 말이다.

언니는 연락을 먼저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커피 쿠폰도 보내줬다. 그것도 스타벅스..ㅎㅎㅎ 마침 스타벅스가 길건너에 생긴 것을 알고 보내준 걸까? 안 그래도 오픈한 김에 한 번 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바로 가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샀다.

(언니 고마워! 잘 마실게!)

언니는 바로 구독도 하고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았다 ㅎㅎ (고맙습니다. 구독자님!)



와우, 속세의 맛~~ 굿~~


언니는 내가 인턴을 하며 로스쿨 입학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을 때, 힘들 때마다 종종 만나서 같이 술 한잔을 하던 사이이다. 당시 신촌에 있는 학원을 다녔었는데, 언니가 마침 신촌에 살았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언니를 불러내곤 했었다. 언니는 단 한 번도 뺀 적이 없다. 그때 저와 함께 놀아줘서 감사합니다!

언니는 대학시절에도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공책에일일이 편지를 써주는 등 지극한 정성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사람이다. 언니가 학생들에게 쓴 글이 있는 공책들을 하나하나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이런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나의 학창 시절이 더 빛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결혼을 하고 어느덧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그런 언니를 여전히 좋아하고, 존경한다.


(나의 친구들 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육퇴하고 내 브런치를 읽는다고 한다 ㅎㅎ 그 소중한 자유시간에 내 브런치를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




이렇듯 브런치는 여러모로 나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옛 친구들과 다시 연락이 닿을 수 있게 하고, 브런치를 통해서 많은, 좋은 작가님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



아래는 언니의 나머지 카톡 내용이다.

정말 고마워!!


“순간들이 모여 삶은 반짝이는 보물이 된다.”




박기영

<시작>



keyword
작가의 이전글85. 도림천 밤산책 with 영상,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