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홈런을 치려고 하지 말고 안타를 여러 번 쳐라

이하이 - 한숨

by 오뚝이



6월에 있었던 모의고사 해설 강의를 듣는데 강사님이 말했다.


"합격하려면 홈런을 치려고 하지 말고 안타를 여러 번 쳐라."


모 로스쿨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는데 너무 맞는 말씀이어서 공감이 간다.


'홈런을 친다'는 말은 내가 아는 쟁점이 나왔다고 신나서 장황하게 쓰는 걸 말한다. 그러지 말라는 거다. 그러면 분량이 초과돼서 정작 써야 할 것을 못 쓴다.


예를 들어 배점이 10점짜리 사례 문제이면, 최대 13줄을 쓰고 넘어가야 한다. 그 이상 초과하면 다른 문제의 답안 작성 분량을 까먹게 되는 것이다. 보통 과목 당 사례 문제는 100점짜리인데 이는 변호사시험 답안지로 하면 4쪽 분량이다.


13회 변시부터 컴퓨터 작성으로 바뀌어서 수기로 답안을 작성하던 시절에 비해 확실히 체력 소모가 덜하다. 하지만 컴퓨터 작성으로 바뀌면서 시험 기조도 확 바뀌어서 체감상 더 어려워진거 같다.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게 되면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므로 훌륭한 답안지와 그렇지 못한 답안지 간의 구별이 극명하게 된다고 한다. 수기 작성 시절의 경우 어느 정도 채점 시 채점자의 재량이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을 거 같다. 왜냐하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게 쓴 경우 이는 채점자의 재량에 따라 채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답안지를 여러 명이 채점하기 때문에 객관적이었다. 난 어쩌다보니 수기 시절과 컴퓨터 작성 시절을 모두 다 겪었다.. 껄껄..


컴퓨터 작성의 경우 글씨체가 다 똑같고, 순발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고, 글씨 크기가 통일돼서 수기 시절보다 더 많이 써야 분량을 채울 수 있다. (잘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일부러 글씨를 크게 써서 분량을 채우곤 했었음...이제는 이런 꼼수가 통하지 않음.) 그러므로 학설까지 쓰고, 판례 워딩을 그대로 박아야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안타를 여러 번 쳐라'는 의미는 문제의 사실관계에서 쟁점을 찾아서 이를 놓치지 말고 하나하나 다 건드려줘야 된다는 것이다. 한 쟁점을 아주 자세히 잘 썼으나 다른 쟁점은 놓친 답안보다 모든 쟁점을 짧게나마 다 건드린 답안이 훨씬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부모님이 오시면 과일부자가 된다. 난 물복파임.


들어야 할 인강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인강을 들으면서 이해하고 외워야 할 것들도 차고 넘친다. 민법은 ‘끝낸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과목인 거 같다. 왜냐하면 민법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끝낼’ 수 없다. 그냥 일단 ‘범위를 본다’는 말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거 같다. 그래도 인강 강사를 고를 때 가장 유머러스한 분을 골라서 그나마 종종 웃으면서 듣고 있다. 나는 그의 개그를 사랑한다.....


민법의 대가이신 모 교수님께서 연세가 아주 많이 드시고 나서야 ‘이제 민법을 좀 알겠다.’ 고 말씀하셨다던데… 사실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만 공부하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 양이 많고 내용이 어려워서 나 포함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과목인 거 같다.


민법 주간인 요즘.

내가 인간인지 좀비인지 모르겠다.

얼른 토요일 저녁이 와서 한숨 돌리고 싶다.


모 강사님 문제집에 써있던거.


절대 포기하지 말자.

Never give up.



이하이

<한숨>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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