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고마워
친구와 나는 20살 때 처음 만났다.
학교에서 모집한 캄보디아 봉사단에 지원해서 선발된 학생들의 첫 모임자리였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 친구는 한눈에 봐도 선한 인상에 약간은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나에 대한 첫인상은 '전형적인 영문과 깍쟁이' 였다고 한다.
지금은 공부를 하면서 살이 점점 쪄서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였을 정도이지만 그 당시에 나는 단발머리에 마르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새침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사실 그때 나는 너무 낯을 가려서 더 새침해 보였을지 모른다.
친구는 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에 살았는데 내가 마지막 학기 때 친구의 위층에 살게 되면서 우리는 자주 만났다. 당시 친구는 취업 준비로 매우 바쁜 상태였고, 나는 졸업 후 캄보디아에 있는 NGO에서 일하기로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여유로웠다.
친구는 취업 준비로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놀러 가도 되냐고 물으면 언제든지 문을 열어줬다.
이력서를 쓰고 공모전에 참가하며 바쁜 와중에도 친구는 짬을 내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할 만큼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본받을 점이 많은 아이였다. 친구가 요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독하다.. 넌 정말 잘될 거야...'
게으른 나와는 달리 친구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여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한 번도 이직을 하지 않고 쭉 다니며 승진을 거듭했다. 일 욕심도 많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재미도 많이 느끼던 친구. 그런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웠다.
올해 7월. 학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친구가 살고 있어서 친구의 아이를 볼 겸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친구의 아기는 이제 태어난 지 300일이 조금 넘었다. 정말 예쁘고 요정 같다.
나는 공부를 하다가 힐링이 필요하면 친구에게 애기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
친구의 애기 사진을 보면 너무 예뻐서 함박웃음이 나온다.
친구네 집에서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육아에 지쳤는지 수험생인 나보다 조금 더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다리를 다친 지 한참 됐는데도 육아 때문에 병원에 쉽게 갈 수가 없어서 아픈 다리에 압박붕대 같은 것을 감고 있었다.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내가 애기를 봐줄 테니 병원에 가라고 했을 것이다.
친구의 원래 성격처럼 덤덤하게 아기를 키우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친구는 나를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피자를 시켜줬다.
피자를 함께 먹으며 수다를 한참 떨고 나니 일주일 간 쌓인 긴장감과 피로,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는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르면 마치 공자, 맹자처럼 현명한 대답을 주곤 한다.
얼마 전, 어떤 사람이 툭 던진 말에 상처를 받았었는데 친구는 말했다.
"그 사람이 너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야."
친구의 말을 듣고 유레카를 외쳤다. 맞지. 관심이 없으면 그런 말을 하지도 않겠지.
다년간의 회사 생활과 아이를 키우며 친구는 나보다 열 살은 성숙한 어른이 된 거 같았다.
항상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나의 친구.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팩폭을 날리며 나에게만 T라고 하는 나의 친구.
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나의 친구.
내가 공부를 끝까지 잘 마칠 수 있게 힘을 주는 나의 친구.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는 저 때도 예뻤고, 엄마가 된 지금도 예쁘다.
눈빛만 보아도 널 알아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돼준 너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 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듯 친구도 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