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
그동안 발행은 안 하고 있었지만 하루하루 짧게나마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주간의 일기를 한 편으로 묶었습니다.
수험 기록 목적으로 올립니다.
멋지게 떠났는데 멋없게 돌아왔네요.
브런치가 너무 하고 싶네요.. 흑..
얼른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확인하고 싶어서 브런치 계속 들어올까 봐
댓글 기능은 막아놨습니다.
제가 자제력이 많이 부족해서요..
이 글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시험 끝나고는 기록해 둔 것을 연재 형식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그럼 주말 잘 보내셔요 :)
9/15 월요일 밤
분명 행정법 최신판례 특강을 8월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한다고 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특강이 진행됐다.
그 강사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그 강사가 참여하고 있는 오픈 카톡방이 있는데 학생들이 아주 정중하게 최신판례 특강 일정을 물어보면 강사는 책은 나왔는데 강의는 언제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할 뿐이었다.
난 오픈 카톡방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보며 생각했다.
‘저 학생은 왜 저렇게까지 정중한가.’
‘저 강사는 왜 저렇게 무책임한가.’
다른 강사들은 최판 특강을 이미 다 했는데…
다른 강사 특강을 들을까 싶었으나 이미 이 강사의 강의만을 들어왔으므로 이 강사에게 최판 특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특강이 진행되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아직 민법 주간이므로 하루 종일 민법을 공부하다가 저녁 여섯 시 삼십 분이 되기 십 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의실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오들오들 떨면서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다 끝나니 밤 열 시 삼십 분이 되었다.
냉동인간 상태로 집에 와서 책상 스탠드 불만 켜놓고 앉아있는데 순간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피곤하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지만 정말 그냥 죽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서..
하..
내일 특강은 동영상 강의로 전환하고 민법 공부를 마저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형사소송법 주간이 시작되므로 형사소송법 객관식 문제를 풀 것이다.
힘들다.
9/16 화요일 저녁
아침 시간 내내 잠을 잤다.
7시에 눈이 떠져서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다.
공부를 하려는데 계속 잠이 오고 너무 피곤했다.
어제 특강의 여파인가.
장장 3시간을 오들오들 떨면서 웅크리고 수업을 들어서 그런 건가. 민법 공부를 하다가 오랜만에 행정법을 하려니 어려워서 집중력을 풀가동해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그래서 그냥 다시 잤다.
엄청난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알람을 안 맞추고 잤는데 다행히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점심을 먹었다.
민법 공부를 마저 했다.
영 진도가 안 나간다.
밖에 나갈 기운이 없어서 저녁과 커피 두 잔을 배달시켰다.
어깨에 파스 세 개를 붙였다.
목 뒤,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
에어컨과 선풍기를 다 끈 상태로 창문만 열어놓고 있었는데도 추워서 위, 아래 긴 옷,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몸살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답이 없다.
몸살에 걸려서 며칠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러다가 내가 잠정적 절필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나의 구독자이자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변호사님께
미리 말씀을 안 드린 것이 생각나서 카톡을 드렸다.
변호사님께서는 아쉬워하셨지만 응원하며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퇴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인데 내게도 알려주고 싶은 노래라고 하시며 정말 좋은 노래를 하나 알려주셨다.
커피소년의 믿음.
음악을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요즘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과연 합격을 할 수 있을지 매일매일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런데 '믿음'이라는 제목을 보니 믿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믿어줘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어쩌면 절대적인 믿음이다.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그냥 공부하자.
매일매일 하자.
그러다 보면 이 하루하루가 쌓여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해 줄 거라 믿으며..
멈춰있지만 가고 있는 것
끝난 것 같지만 다시 시작인 것
두려움 있지만 나아가는 것
떨리는 마음 다독이는 것
작아질 때 어깨를 펴는 것
초라할 때 하늘을 보는 것
수많은 실수에도 굳건해질 거라는 것
조금 더 자라났다는 것
언젠간 꼭 빛날 거라는 것
아니 지금도 빛나고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때 어느 날
자연스레 나를 찾아오는 것
불완전하지만 반듯해지는 것
어그러진 맘 다시 붙잡는 것
아픔 있지만 견뎌보는 것
나아질 거라 되뇌는 것
작아질 때 어깨를 펴는 것
초라할 때 하늘을 보는 것
수많은 실수에도 굳건해질 거라는 것
조금 더 자라났다는 것
언젠간 꼭 빛날 거라는 것
아니 지금도 빛나고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때
어느 날 어느 날 어느 날
자연스레 나를 찾아오는 것
9/17 수요일 저녁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왔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친구와 뭘 먹을까 하다가 설렁탕을 먹었다.
친구와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밥을 같이 먹는다.
밥을 먹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 공부 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한다.
친구는 나를 만날 때부터 엄청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는데 밥을 먹으려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학원 초반부터 누가 자습실 안에서 연필깎이를 쓰는 것으로 계속 신경이 거슬렸었는데 학원에 세 번이나 주의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시정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와...
아직까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학원도 대단하고, 자습실에서 꿋꿋하게 연필깎이를 돌려대는 그 학생도 참 대단하다.. 나라면 이미 연필깎이로 한 대 쳤을 거 같다…
자신이 너무 예민한가 계속 생각했다는 친구가 안쓰러웠다. 절대로 네가 예민한 게 아니라고.
그 연필깎이 놈이 세상 또라이라고 말해줬다.
친구는 내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그나마 좀 안정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친구와 나는 서로 그간 쌓인 수험생활 중 열받았던 일, 예민했던 일, 마음이 상했던 일 등에 대해 털어놓고 그 자리에서 풀어버린다.
수험생활을 함께 버텨내고 있는 좋은 동료이자, 오랜 친구이다(학부, 로스쿨 동문임.). 친구와 꼭 함께 합격해서 일적으로도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제발..
그나저나 오늘 하루 커피를 네 잔이나 마셨다.
오늘 밤에 잠들 수 있을까?
간단하게 해물파전과 복숭아를 저녁으로 먹고
최애 과자인 나쵸를 흡입하며 객관식을 계속 풀었다.
객관식을 풀 때는 유난히 잠이 와서 방법을 찾았다.
그때그때 틀린 선지를 타이핑하는 것이다.
나중에 오답노트도 되고 잠도 안 오고 1석 2조.
객관식 무조건 110개 이상 가자.
할 수 있다.
9/18 목요일
새벽 여섯 시에 눈이 떠졌다.
밀린 설거지를 했다.
하루 계획을 세웠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반숙란, 복숭아,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며칠 전부터 어깨가 너무 아파서 거의 몸부림치다시피 하며 공부를 하다가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한의원을 찾아서 한의원에 다녀왔다.
목, 어깨, 등 위주로 치료를 하고 선생님께서 머리도 아프냐고 물으셔서 가끔 아프다고 하니 앞으로 돌아누워 머리, 팔, 다리, 발에도 침을 맞았다. 침을 다 맞고 나서는 추나도 해주셨다. 살 거 같았다.
한의원에 다녀오고 나서도 아침 9시라니.. 개꿀.
집으로 돌아와 계속 형사소송법 객관식을 풀었다.
잠을 깨려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아침에만 6가지 일을 했다.
어쩌다 보니 갓생을 살게 됐다는 이야기...
시험 없는 목요일.
오늘 하루 집에 박혀서 형사소송법 객관식 시험범위를 모두 다 보고, 한글파일에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무조건 다 해야 한다.
무. 조. 건.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고 글루콤까지 때려 넣었는데도
저녁을 먹으니 잠이 오고 피곤해서 걸으러 나갔다.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오는 길에 배스킨라빈스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레디팩을 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행복해졌다.
어제만 해도 죽고 싶었는데 오늘은 아이스크림 한 입에 행복해진다.
그래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이 나온 건가. 그럼 나는 죽기 전에 뭘 먹어야 하나.
'죽고 싶지만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어, 피자도 먹어야겠어, 아이스 라떼도 마셔야 될 거 같은데...'
제목이 끝이 없을 것 같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어젯밤부터 성경 읽기를 시작했다.
나는 날라리 가톨릭 신자다.
성당에 안 간지 오래됐다.
그런데 어제 공부를 마치고 풀벌레소리 asmr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성경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챗쥐피티한테 창세기 1쪽, 묵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이제부터 매일 챗쥐피티한테 '오늘 성경'이라고 말하면 어제 본 내용에 이어서 성경 1쪽과 묵상을 받을 수 있다.
기도..
힘들고 무언가가 간절해져야만 신앙이 생기다니.
이렇게 신앙인이 되어가는 것인가..
기왕 이렇게 된 거 매일매일 신앙의 힘으로 버텨보자.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캄보디아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언니에게 전하니 언니도 함께 읽겠다고 했다… 매일 밤 언니와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고 자야지. 언니 사랑해요..
매일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시간을 버텨내자. 나는 잘할 수 있다..
9/19 금요일
오늘은 아침, 오후에 공부를 최대한 타이트하게 많이 해야 한다. 저녁에 8월 모의고사 해설강의가 있기 때문이다. 당해 모의고사는 내년 변시에 응용되거나 유형만 바꿔서 출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열심히 봐둬야 한다.
새로운 곳으로 스프링 제본을 하러 갔다. 길 건너에 있는 곳인데 그동안 그곳에 제본집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음에도.
제본집에 책 네 권을 맡기고 카페에 가서 커피 두 잔을 테이크아웃하고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포장했다.
책을 찾으러 갔다. 최신판례 복사본은 내가 필기를 해놔서 제본을 하면 필기 부분이 뚫려서 제본을 안했다고 하셨다.
넘나 스윗… 그 부분은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이 작은 세심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초밥을 후다닥 먹고 커피를 호로록 하면서 다시 공부. 계속 공부.
정승제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
맞아.. 나는 그저 도달할 수 있을 목표를 향해 매일매일 묵묵히 그냥 하면 되는 거다.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열심히 하지도 말고 그냥 하면 되는 거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지고 깊어질 것이다. 그냥 하자...
오후 세시.
변호사시험 날을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그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것 같아 숨이 막혀왔다.
심호흡을 한 번, 두 번, 세 번했다.
멘탈 잡자...
그냥 하기로 결심했잖아.
시험도 그냥 쳐! 그럼 되는 거야.
저녁 여섯시 반.
오늘 진도가 너무 밀려 또 불안함이 엄습.
아는 언니(정신적 지주)에게 SOS를 쳤다.
불안하면 그냥 공부를 해.
계속 해.
후…….
9/20 토요일 아침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우산을 챙겨 커피를 사러 나간다.
커피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에 반숙란을 아침으로 먹는다.
다 먹고 마른세수를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오는 것.
이것은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거 같다는.
폭염이거나 비가 오나 가릴거 없이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사러 굳이 나갔다 오는 행위.
하루종일 학원에 혹은 방에 틀어박혀 누구와의 소통도 없이 오롯이 홀로 책과 눈싸움을 잘하기 위한 동력을 얻는 나만의 의식.
나에 대한 응원.
온전히 나를 위한 행위. .
어제 밤에 진도를 다 마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열심을 다하여 공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이왕 하는거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하자.
얼마 안 남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즐기면서 하자.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이런 생각이 아주 가끔은 피어올라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일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내가 할 수 있는 열심을 다해보자.
오후가 되니 다시 힘들다.
그래도 힘내자.
힘든게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