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내가 좋아하는 동기형

멋지다!

by 오뚝이

로스쿨 내내 몇몇 친구들하고만 교류하며 완전 아싸로 지냈었다. 내가 알면 전교생이 다 아는 거나 다름없었다(하루하루 버티느라 남한테 관심 가질 여력이 없었다.. 원래 남 일에 별 관심이 없기도 하고..)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는 사실도 졸업하고 나서야 알았다. 남녀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고도 둘이 친한가 보네~ 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사귀는 사이었다. (이건 그냥 눈치가 없는 거인듯..)


로스쿨 3학년 때 가톨릭 동아리가 생겼다. 신기하게도 나와 친했던 동기 두 명 다 신자여서 함께 동아리에 들어갔다. 로 3이라 특별한 활동을 한 건 아니고 성당 가서 미사 드리고 같이 밥 먹고 그랬다. 신부님이 청년사도직에 진심인 분이셨고 타 로스쿨에서도 동아리를 하셨어서 로스쿨 생태에 대해 잘 알고 계셨던 점이 좋았다. 동아리에서 친해지게 된 동기형이 있다. 처음에는 험악하게 생겨서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누구보다 인권에 관심이 많고 성인지 감수성도 높은 말 그대로 요즘 보기 드문 남성 청년이었다.


오빠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결혼을 하고 서울에서 조금 일하다가 지금은 강릉에서 일한다. 강릉 이모댁에 가는 김에 오빠네 부부를 만났다. 오빠의 아내분은 나와 동갑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4시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오빠네 부부는 내게 덕담도 많이 해주고 이런저런 근황 얘기들을 하며 오래도록 대화했다. 시간이 많이 돼서 이모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자기네 집에서 자고 가라는 것이다. 아니 신혼집에 가도 되나.. 몇 번이고 거절을 했다. 진짜로 오라는 건지도 긴가민가했다. 워낙 사람 좋은 사람들이라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못 이기는 척 오빠 부부네 집에 가서 정말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온 적이 많냐고 물으니 나처럼 데려오기 힘든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오빠네 신혼집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탁 트인 경치에 따뜻한 분위기의 집. 둘 만의 소중한 공간. 오빠는 내심 신혼집을 자랑하고 싶었던 거 같다. 오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를 나보고 직접 운전해 보라고도 하고 치킨도 시켜줬다. 이미 1, 2차를 하고 온 상태였는데 말이다(난 보기보다 소식좌…).



오빠는 서울에서 치이다가 강릉에 오니 정말 좋다고 했다. 강릉에서는 비교적 적은 사건들을 맡게 돼서 한 사건, 한 사건마다 시간과 공을 들여 해결할 수 있어서 그런지 승소도 엄청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는 못 느꼈었는데 강릉에 오니 정말 변호사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일이 정말 재밌다고 했다. 오빠가 행복하게 재밌게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뿌듯했다. 오빠는 얼마 전에 차도 새로 샀다고 했다. 호탕하게 웃으며 자랑하는 오빠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그래, 자랑할 만 하지. 홀로 이뤄낸 성취니까,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한지 아니까.


오빠는 내가 변호사가 되면 일을 정말 잘할 거 같다고 했다. 무슨 모습을 보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성격이 원래 이렇게 괄괄한지 로스쿨 때는 미처 몰랐었다고 하며 로스쿨 때 정말 힘들었구나. 했다. 그랬었지.


오빠는 자기가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었다고 하며 내가 변호사가 돼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다.


내년에 오빠가 일하는 곳에 한 자리가 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일단 그 자리에 침을 발라놓기는 했다. 합격해서 나도 한 턱 멋지게 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요즘 ‘서초동’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라 하던데. 드라마 관련 짤들을 몇 개 보고 나니 로스쿨에서 그래도 잘 지냈었던 동기들이 생각난다.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한 동기들. 나중에 합격하고 사회에 나가서 그들과 전우애로 만들어진 동기애를 가지고 함께 도우며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꼭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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