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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다.
시험 끝나고 나서는 눕자마자 기절했었는데
오늘 객관식 채점을 해서 그런지 잠이 안 온다.
합격해서 열심히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번 시험 아무래도 안될 거 같다고 말하니
친구는 말했다.
일단 너무 수고 많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기도 변호사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엔 하루하루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고..
맞다.
다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그동안 너무 행복을 유예한 채
몸을 갈아가며 앞만 보고 달려온 거 같다.
도저히 30대의 체력이라고 볼 수 없는
체력을 가지고 변시를 완주했다.
아니, 막판에 공부만 하다보니 체력이 바닥났다.
어쨌든 끝장을 봤다.
이제 다시 변시는 안 봐도 되니
어쩌면 내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 부모님 눈치가 보이고 죄인이 된 것만 같다. 이 나이에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거 자체가 이미 죄인일지 모른다.
행복.
행복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지면 좋겠다.
내가 온전히 나의 모자란 부분, 나약한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온전히 나를 끌어안아주고 토닥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벼랑 끝에 나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 본다.
하나씩, 천천히.
내일부터는, 아니 날이 밝으면
좀 걸어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