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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있거나 운동을 했다.
풀때기만 먹다시피 하는데도 운동 외의 시간을 누워있다 보니 살은 잘 빠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몸을 일으켜 터덜터덜 밖으로 나가본다. 날씨가 흐리다. 그래도 기온은 많이 오른 거 같다. 유난히 올 겨울은 춥고 길게 느껴진다.
문득문득 시험장에서 거지같이 쓴 답안지가 생각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8개월 간의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싶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강아지 보다도 한가한 거 같다. 그런데 이 한가함과 심심함이 나쁘지만은 않다.
새삼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수험 생활을 했나 싶다. 아침에 눈을 떠서 씻고 학원에 가서 종일 공부를 하다가 밤에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눈 떠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생활. 밥시간에도 항상 뛰듯이 걸으며 후다닥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쉬었다가 다시 학원에 돌아가는 일상.
수험생이던 아니던 하루하루 쳇바퀴 도는 인생.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보면 ‘당신은 왜 사나요?’ 란 질문이 하고 싶어 지는데 곧 그 질문은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 사냐니. 태어났으니, 살아있으니 살지. 그보다 ‘뭐 때문에 사나요? 무슨 재미로 사나요?’라고 물어야 할까. 재미. 재미를 찾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