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학원이 있는 건물은 1층은 음식점, 2~4층은 학원, 5~7층은 원룸이다.
학원 뒤편에 주차장이 있다. 그곳에는 한쪽에는 음식점이나 원룸 거주자들이 쓰는 재활용하는 곳이 있고 반대편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테이블 위에 디퓨저까지 놓여있는 것을 보고 여기 건물주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참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쉬는 시간에 나가 테이블이 있는 쪽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오시더니 의자에 앉으셨다. 거기에 나밖에 없었어서 약간 뻘쭘해서 자리를 피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어르신께서 내게 말을 거셨다.
“오늘도 시험 봤어요?”
“오늘은 다행히 시험 안 봤어요~”
“학생들이 시험 있을 때랑 없을 때랑 표정이 다르더라고. 나는 순위를 붙이는 게 너무한 거 같아. 하루도 아니고 매일 붙이잖아.”
격한 끄덕끄덕.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건물주셨다. 말로만 듣던 서울에 건물 있는 갓. 물. 주.
그 건물 원룸에 친구가 살아서 그 친구랑 친하다고 아는 척을 했다.
“그 친구네 집에 한 번 놀러 간 적 있는데 방이 엄청 좋더라고요~ 아마 00 이는 시험 붙어도 계속 살 거 같던데요? “
“그런 친구 한 명 있었어~ 시험 붙었는데도 안 나가더라고. 그래서 좀 나가라고 그러니까 다른 곳은 월세가 비싸다고 하더라고.”
“그렇죠 아무래도.. 여기가 서초, 교대랑 가까우니까 시험에 붙어도 계속 살아도 될 거 같긴 해요.”
“그 친구는 결혼해서 나갔어. 아파트가 됐다고 엄청 좋아하더라고~”
속으로 그렇구나 청약이 된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아파트를 샀대잖아.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와… 첩첩산중이네요. 합격도 해야 되고 결혼도 해야 되고 아파트도 구해야 되고 와…“
나의 부모님은 서른 중반에 결혼을 하셨다. 당시로서는 늦은 결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결혼하라는 말을 전혀 안 하시다가 정확히 내가 서른 중반이 되니 슬슬 걱정이 되시나 보다.
“학원에 괜찮은 사람 없니?”
“없어. 다 이상해.” (사실 잘 모름. 사람, 특히 학원 사람한테 관심이 없음.)
“네가 너무 눈이 높은 거 아니야?” (절대 아님)
“공부하는데 연애를 어떻게 해! 엄마도 참…”
(엄마한테 붕어빵 에피소드를 들려줄 수도 없고 참.. 붕어빵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29번 글을 보세요..물론 학원에서 만나서 연애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쩝.)
어느 날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내가 왜 결혼하면 좋겠어?”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을 때 네가 혼자면 너무 외롭잖아.”
그렇구나…
나는 언젠가는 나랑 성격이 잘 맞는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합격을 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 내 나이가 좀 마음에 걸린다(만으로 해도 서른 후반임ㅋㅋㅋ)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고민도 있고. 난 왜 이렇게 모든 게 다 느릴까 싶다.
아기를 키우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나 난자 얼릴까?”
“아니. 마흔 살 까지는 일단 기다려봐.”
어릴 땐 취업, 결혼, 임신과 출산 이 모든 걸 당연히 그냥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게 하나씩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진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로 대단하고, 나를 이 나이까지 키워준 (지금도 키우고 계신…) 부모님이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난 요즘 내가 30대의 몸에 갇힌 중학생 같다...
이 또한 다 잡생각 이거늘... 이 또한 다 지나가리... 에라이...
같이 듣고 싶은 노래.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
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
러면 난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