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어쩌면 미워할 대상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

선풍기 꺼주세요 그 후…

by 오뚝이




날씨가 다시 더워졌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난다.


몇 주 전,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학원 교실 안이 너무 더워서 공부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참다가 학원에 컴플레인을 했다. 너무 더워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학원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속풀이 하듯이 구구절절 학원에 보내는 메시지를 썼다.


그러고 나서 한 일주일이 지났으려나? 일요일에 학원에 가서 자습을 하고 있는데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처음엔 누가 짐 정리하나 싶어서 그냥 공부를 하고 있는데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계속돼서 소리 나는 곳을 보니 에어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헛것을 본 줄 알았다. 세상에. 나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것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강의실이 덥다고 컴플레인을 한 학생은 나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강사님도 강평 시간에 너무 더워서 개인용 선풍기를 얼굴에 대고 강의를 하는 바람에 마이크에 바람 소리가 너무 크게 잡혀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에어컨을 보는 순간 내게 선풍기를 꺼달라고 했던 내 뒷자리 학생이 생각났다. (자세한 얘기는 2번 글을 참고하세요.)


거봐,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할 만큼 덥다니까? 개인 선풍기를 안 틀 수가 없다니까!! 근데 나한테 선풍기를 꺼달라고 했겠다??!! 하는 묘한 승리감을 느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 학생이 내게 선풍기를 꺼달라고 한 순간부터 나는 그 학생이 미워졌다. 혼자 쓰는 공간도 아니고 다 같이 쓰는 공간인데, 선풍기 바람이 온다고 아예 꺼달라니 그것도 쿠션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마치 명령하듯이 말하다니.. 하면서 두고두고 그 학생이 미웠다.


어느 날 복도에서 그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며 그 학생을 흘겨봤다. (내가 뒤끝이 이렇게 긴 사람인지 몰랐다…) 그 학생도 나를 불편해하는 게 느껴졌다.


다시 더워진 오늘.

공부를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사실은 지금 너무 힘들고, 지치고, 짜증 나고, 어깨 아프고, 공부는 줄지가 않고, 내일 시험도 있어서 이 고단한 마음을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으로 풀려고 했던 건 아닌지… (사실 마음이 풀리지는 않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만큼 내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냥 탓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하는 생각.


날도 덥고, 공부할 것은 많고, 어깨는 계속 아프니 오늘은 아주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 를 먹을 거다.

그러고 나서 다시 저녁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마르게리따 피자.


점심은 냉면을 먹었다.




페퍼톤스가 부릅니다.

New Hippie Generation :)




답답한 것들은 던져버려

여긴 정말 한적하다

햇살엔 세금이 안붙어

참 다행이야

오늘같은 날 내맘대로

저기 어디쯤에

명왕성이 떠있을까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잔디에 누워

우주의 끝을 바라본다

하루쯤 쉬어도 괜찮지

오늘 당장 모든게

변하진 않을테니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것 같아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


구름한점 없는 하늘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괜히 코끝이 찡한걸보니

난 아직도 사춘기인가봐

그런가봐

미모의 아가씨와 함께

선탠오일 바르는

꿈이라도 꾸면서

세상은 넓고

노래란 정말로

아름다운것 같아

인생은 길고

날씨가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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