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오탈제도의 위헌성
조금 무거운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한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석사 수료 및 졸업과 동시에 5년 안에 5번만 시험을 볼 수 있다. 평생에 걸쳐 5번이 아니고 졸업한 해부터 카운팅을 시작하여 5년 안에 5번이다.
이건 마치 5번째 역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지 못하면 6번째 역에서 기차 밖으로 내던져지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 같다. 그 기차 안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함께 타고 있다. 그 괴물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 주인공이 처음에 자의로 기차에 탑승했을 때는 당연히 자신도 1번째 역에서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사람 일이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그 안에서 계속 괴물들과 싸워가며 탈출을 시도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포함하여 100명의 탑승객이 있었는데 괴물과 싸워 이겨 첫 번째 역에서 내린 자는 50명뿐이다. 내리지 못한 50명은 이미 첫 번째 역을 향해가며 괴물들과 싸우느라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이므로 두 번째 역에서 다시 100명의 승객이 탑승했을 때 체력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싸워야 한다. 150명 중 승리한 75명만이 세 번째 역에서 내리고 나머지 75명은 다시 네 번째 역에서 탑승한 100명의 승객들과 경쟁하고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
공포영화 아닌가? 모두가 내릴 수 없는 구조 안에서 서로를 도와줄 수 없다. 모두가 경쟁자일 뿐. 각자 알아서 괴물과 싸워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인간은 극한의 이기심이 발동될 수 밖에 없다. 생존 게임이기 때문이다.
합격률이 얼마나 돼? 50%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합격률 높네. 쉽게 붙을 수 있겠네.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분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어른이었는데 ㅜㅜ 설명할 기운도 없고, 설명할 필요성도 못 느껴서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50%의 합격률이 왜 문제인가라고 물으신다면, 로스쿨 도입 취지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생이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시험이었다. 그때는 합격률이 80~90% 였다. 그 합격률에 맞춰서 5번이라는 기회로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합격률이 높더라도 시험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응시 횟수를 제한한 것은 일명 '고시낭인'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매해 합격률이 서서히 떨어지다가 50%대로 떨어진 지금. 사시 시절의 '고시낭인'은 이름만 바꿔 '변시낭인'이 되었다.
매해 200여 명의 오탈자가 나온다. 이들에 대한 구제대책은 1도 없다. 그저 5번 안에 합격 못한 니들 잘못이고 멍청한 거고 유감이다.라는 무시 아니면 무관심만 있을 뿐. 로스쿨은 대학 졸업자들만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로스쿨에 입학해도 로스쿨을 졸업하면 20대 후반이 된다. 내 주변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30, 40대도 많다. 이들이 오탈 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로스쿨 입시라는 경쟁을 거쳐 로스쿨에 들어가면 유급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유급당하지 않고 3학년이 되면 전국 모의고사를 총 3회 보게 되는데 모의고사 점수의 평균치를 내서 졸업 여부를 결정한다(내가 다녔던 학교의 경우. 타 학교의 경우는 잘 모르겠음).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본시험이 남아있는 것이다. 여러 단계를 가까스로 통과해서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학생들 중 50%는 불합격을 해서 신림동이나 신촌 등의 학원에 가거나 독학을 한다. N시생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오탈 한 사람들 중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암투병을 한 사람, 임신과 출산을 겪은 사람, 가족의 병환으로 가족을 돌봐야 했던 사람 등등. 그들에게 그러니 누가 아프래? 그러니 누가 그 시기에 임신하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히 누구에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올해 학원에 유난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처음 고시촌에 입성했을 때 다녔던 학원에서 본 사람이 있었다. 그 학생 역시 나처럼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아직 쟤도 합격 못했구나... 이번엔 꼭 됐으면 좋겠다... 하는.
올해 합격자 발표가 예정 시간보다 40분여 가량이나 늦게 났다. 합격자 발표 '당일'에 관계자들이 모여 그 해 합격자수를 결정하는데 그때 어떤 관계자가 합격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바람에 시간이 늦춰졌다는 썰이 있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날 즈음이 되면 항상 시위가 열린다. 한 쪽은 합격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측, 다른 한 쪽은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측.
황당한 것은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측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는 것이다. (당신들 정말 못됐어…) 그들의 논리는 지금 대한민국에 변호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냥 밥그릇 싸움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변호사 수를 줄여 계속해서 특권층으로 군림하고 싶은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안다. 물론 그 사람은 나를 기억 못하겠지만. 그 사람이 한 말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자기는 사시 준비할 때 집이 가난해서 일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부모님에게 1년만 지원해달라고 부탁해서 1년간은 일하지 않고 온전히 공부를 했다고. 그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결국 합격하지 못해서 공부를 포기하려 했다고. 그러던 중 로스쿨 생기고, 입학해 장학금을 받고 다녀서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고. 그때 그 사람이 한 말은 거짓이었을까? 어쩌면 로스쿨이 도입되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자가 지금은 최전선에 서서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마시기를...그런 사람이 그 뿐이겠는가.)
애초에 변호사가 기득권이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 자체가 타당하지 못하다. 공부를 많이 하고 고생해서 시험에 통과한 자들만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해도(그렇기에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알량한 보상심리일 뿐이다.) 변호사는 일단은 공익성이 우선시되는 직업이다. 내가 가진 지식으로 남 일을 해결해 주는 직업이다. 변호사 수가 많아질수록 실력이 없어서 시장에서 도태되는 자들은 이 바닥을 떠나게 되고 실력이 있는 자들은 계속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오탈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었는데 번번이 기각당했다. 위헌이 아니라고 한다.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도 나중에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됐을 때 시장이 포화상태인 것을 우려하여 그런 판결을 내리는 것일까?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하루빨리 위헌 결정이 나서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화 되면 좋겠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대선 때는 로스쿨을 폐지해야 하네 마네하는 소리가 나온다. 나는 너무 피곤하다. 그런 하나마나한 소리들에. 폐지 혹은 존치를 논할게 아니라 지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고 정상화해서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양질의 학교 수업만으로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우선시 돼야하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실 나는 안다.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제도의 부당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그저 '오탈 하지 않기 위해' 내 자리를 지키며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설령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오뚝이 그 자체일뿐.
그냥 오뚝이나 변호사인 오뚝이나 같은 사람일 뿐, 직업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부당한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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