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들에 대한 단상
학원의 강사들은 대부분 변호사이거나 해당 과목에서 박사까지 밟은 전문가들이다.
오랜 시간 학원을 다니면서 허세가 없는 강사는 딱 한 명뿐이었고 당연하게도 그 강사를 나는 제일 좋아하고 존경까지 한다.
일단 허세가 있는 강사들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다.
그 강사들의 특징은 우리가 자신들의 과목만 공부하는 줄 안다는 것이다. 자신이 준 자료를 10 회독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무조건 합격한다고, 이 자료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있을 수 없고, 설령 벗어나는 내용이 있더라도 그건 누구에게나 불의타(불의의 타격의 준말)이기 때문에 그냥 틀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10 회독을 하라고? 우리는 기본 7 법에 선택법까지 포함하면 8 법을 공부해야 한다. 과목 당 5 회독을 해도 많이 한 것이다. 내가 최대로 회독을 한 과목은 8 회독이었다(해당 과목은 배점이 높고 휘발성이 강해서 암기가 약한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피 토하는 심정으로 8 회독을 하고 다행히 점수가 많이 상승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우리가 몰라서 그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강의 중간중간에 '이것도 몰라?', '이건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니 넘어가겠다.', '지금 이 시기에 이거 모르면 합격 못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우리가 그걸 알았으면 지금 학원에 앉아있겠는가. 진작 붙어서 나갔겠지. 그냥 이건 아주 중요한 것이니 별표 다섯 개 치세요! 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면 서로 기분도 안 상하고 얼마나 좋을까. 거금을 내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괜히 혼나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
반면,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그 강사는 사시를 공부하다가 포기하고 직장까지 다니다가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이다. 인상부터가 교회오빠 느낌이 나는 분이다. 홀리 그 자체... 그 강사는 강의 중간중간에 학생들이 너무 지쳐 보이면 많이 힘드시죠? 같이 스트레칭 한 번 하고 갑시다.라고 한다.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계속 듣다 보니 주변 학생들도 다들 그 시간을 이용해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고 목을 풀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강의 중간에 몸을 움직이니 남은 강의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 강사님은 항상 종강 때마다 5분간 덕담을 해주신다. 그 덕담의 시간은 수업시간에 포함된 시간이 아니라며 다른 할 일이 있는 학생들은 나가도 좋다고 한다. 절대로 중요한 말이 아니니 듣고 싶은 학생들만 들어도 된다고 배려해 주신다. 그 덕담 시간에 자신의 로스쿨 생활 때 있었던 일화를 얘기해주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조금만 버티고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해준다. 시험을 한 달 앞두고 특강 마지막 날에 강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덕담을 해주었는데 그때 훌쩍거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자신의 덕담을 녹음해서 듣는다고 했다며 녹음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창피하다며 녹음은 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 덕담 시간에 나도 녹음을 해서 힘들 때마다 들을 것이다. 강사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강사의 특장점은 보강이 없다는 것이고, 계획된 시간에 강의를 무조건 마쳐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수업 중간중간에 농담은 일절 없고 수업 내용만 다다다다 나가서 그 강사의 수업을 듣고 나면 기진맥진해지지만, 학생들에게 시간은 금이고, 시간에 맞춰서 중요 내용을 다 다루는 실력을 가진 강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그분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고맙고 감사하다.
아 쓰다 보니 또 한 가지 장점이 생각났다. 매일 보는 시험에서 답안지에 채점을 매우 꼼꼼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변호사시험은 키워드 채점이기 때문에 내 답안지에 키워드가 제대로 쓰여있는지 그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주고 한 줄 한 줄마다 점수를 써줘서 내가 어느 부분에서 득점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어느 부분을 놓쳐서 점수를 까먹었는지 알 수 있어서 답안 작성 실력을 기르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오늘은 시험이 없는 날이다.
행복하다.
하루 종일 형법을 공부할 것이다.
오늘도 신나게 파이팅!
이제 떠나는 거야 모두 던져 버리고
슬픈 이 도시를 가로질러 별빛 속으로
다시 빛나는 거야 지금 모습 그대로
차가운 현실 이룰 수 없던 그때의 우리
꿈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