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자작시> 제목 - 펑펑펑

형식은 시(비슷한 거), 실질은 넋두리

by 오뚝이


펑펑펑

양 소피아(세례명, a.k.a 오뚝이) 지음



오늘 하늘에서는 눈이 온다

펑펑펑


내 마음에도 눈이 온다

펑펑펑


다시는 이 길을 걷고 싶지 않다고 운다

펑펑펑


공부를 하느라 챙기지 못한

아버지의 칠순을 챙기고 싶다고 운다

펑펑펑


과연 나는 합격을 할 수 있을까 하며 운다

펑펑펑



함박눈 내리던 날. 학원 옥상.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어느 날.

학원 특강을 듣고 나왔는데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저 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며 말 그대로 53480가지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절로 시(비슷한 것)가 나왔나 보다.




눈 내리는 고시촌.






어쩌면 나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기 보다 하나의 도피처로 이곳에 글을 써온거 같다…현실도피.. (같은 맥락인가? 아무튼…)


공부에 이토록 중독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에 빠져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즐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부를 더 몰입해서 하고 싶다.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못 들을 정도로 매일매일 풀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하고 싶다. 나는 정말 잘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


공부가 잘되면 컨디션이 좋고, 공부가 안되면 기분이 다운된다. 요즘 내 기분은 그닥이다. 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너무 벅차서 마치 물 안에서 고개만 겨우 빼고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대로 가라앉을 수는 없다. 왜냐면 이번이 내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신이 내게 딱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 나는 앞으로 시험 때까지 남은 130여일 간 감정을 없애달라고 빌고 싶다. 내 안에 있는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가달라고 빌고 싶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쯤 와있는 걸까…


끝이 있음을 알면서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얼른 시험이 끝나서 글을 마음껏 쓰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정독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 가입하여 밤새워 시리즈물도 볼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고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야겠다.


정말로 후.회.없.이.





시 배워본 적 없습니다... 이걸 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에겐 시입니다.


그럼 저는 공부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펑펑펑.




패닉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내 바다 속에는 깊은 슬픔과 헛된 고민들 회오리치네

그 바다 위에선 불어 닥치는 세상의 추위 나를 얼게 해


때로 홀로 울기도 지칠 때 두 눈 감고 짐짓 잠이 들면

나의 바다 그 고요한 곳에 무겁게 내려다 나를 바라보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3. 어쩌면 이곳이 그리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