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주말
8/23 토요일
학원에서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누웠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조금 누웠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밥집에서 잔치국수를 시켜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멸치와 msg 맛 듬뿍 나는 국물이 일품이었다. 면이 너무 많아서 1/3은 남겼다.
하지만 역시 국밥집의 메인은 국밥이다.
집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오래 했다.
항상 샤워를 후다다닥 했었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좀 지지면 (?) 컨디션이 올라갈까 싶어서 평소보다 오래 샤워를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확실히 컨디션이 올라감을 느꼈다.
수험생들의 친구. (학생들의 책상에는 온갖 종류의 약들이 있다. 보약도 먹고 멀티비타민도 먹고 루테인도 먹고~)
비타민 농축액 글루콤은 온누리 약국에서만 파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온누리 약국이 있어서 글루콤을 샀다. (온세권 굿!)
10월 모의고사 기간과 전후에 컨디션을 확 올리려고 아껴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안 사고 있었는데, 다시 날이 더워지자마자 귀신같이 몸이 안 좋아져서 그냥 지금부터 먹기로 했다. 일단 15일 치를 샀다. 작은 병 열다섯 개가 너무 비싸다.. 그래도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오쏘몰은 글루콤보다 더 비싸기만 하고 나랑은 안 맞는데 글루콤은 나랑 딱 맞아서 다행이다. 어떤 사람들은 비타민이나 홍삼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던데, 나는 다행히 글루콤과 홍삼을 한꺼번에 때려 넣으면 그때만큼은 컨디션이 쭉 올라간다. 고맙다 글로콤아.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로션을 바르고 향수까지 뿌렸다. 내가 쓰는 향수는 향이 독하지는 않지만 학원에 뿌리고 가기에는 누군가는 향에 민감할 수도 있으니 안 뿌리고 다닌다. 기분 전환에 최고라서 향수를 한 번만 칙 뿌렸다.
그러고 나서 한 작가님께서 어깨통증에 괄사가 좋다고 추천해 주신게 떠올라서 괄사로 어깨를 마사지했다. 정말 시원했다. 원래 집에 괄사가 있긴 했는데 거의 방치해 뒀었다. 한번 써보니 어깨통증에 효과가 좋았다. 어차피 어깨는 시험이 끝나면 언제 아팠냐는 듯이 나을 거라서 시험 볼 때까지는 괄사와 한의원을 다니며 잘 관리해야겠다.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건강염려증이 생긴 건가.. 커피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항상 아침, 점심으로 두 잔씩은 마셨었다. 잠을 잘 자려면 뭐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당분간 커피를 끊거나 아침에 잠 깰 정도로만 마시기로 했다. 천천히 몸에 안 좋은 것들을 다 끊을 것이다.
원래 차를 전혀 안 마시는데 레몬청에 카모마일 티백을 넣어서 우린 차를 사 마셨다. 그것도 따뜻한 것으로.. (마트와 편의점을 가봤는데 카모마일 티백을 안 팔더라… 왜죠..? )
친구가 나처럼 365일 아이스만 마시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나는 찬음료만 마셔왔다. 그렇지만 이제 정말 몸을 생각해야 될 거 같다. 왜냐면 공부는 체력이니까. 체력관리, 몸관리도 수험생이 잘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니까. 어쩌면 공부보다 더 중요할지도… 패스트푸드, 단 것을 덜 먹을 거다. 원래 맵찔이라 매운 건 안 먹고, 술도 원래 좋아하지 않고 공부할 때는 전혀 안 마시니까 커피를 줄이고 차를 많이 마실 것이다.
나만 이렇게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다.
수험생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달고 산다. 원래 아토피가 없었는데 수험 스트레스로 아토피가 생기기도 하고 피부염, 한포진,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겉만 멀쩡하지 속은 종합병원이다. 내가 수험생 중에 제일 부러운 사람은 학원에서 맨날 상위권인 학생이 아니라 체력이 미친 듯이 좋은 학생이다. 진짜 부러움…
요즘 스터디윗미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분의 영상을 보며 같이 공부하고 있다. 장작불 asmr이 깔려서 거슬리지 않고, 순공시간을 하루에 13시간(!!!!!)을 찍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분이어서 자극받으려고 그분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인데 1차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얼마나 떨리고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 다음 주에 노무사, 경찰순경 등의 시험들이 치러지는 거 같던데,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그냥 이 세상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다 합격해.. 다 꽃길만 걸어라 제발..
솔직히 요즘 공부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종종 든다.
5수쯤 하다 보니 이제 아예 모르겠는 건 없는데 그렇다고 아주 확실히, 명백히, 나 이거 정말 마스터했어. 하는 생각도 안 들어서 몹시 기분이 좋지 않다…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지겹다는 생각은 올해가 처음인 거 같다. 역시 하산할 때가 된 거 같다.
깔끔하게, 뒤 돌아볼 일 없이 손 털고 나갈 수 있게 공부하고 합격하자. 제발 좀 이곳을 탈출(합격)하자...
내가 좋아하는 언니의 선물. 집 현관문에 붙여놨다.
“누군가는 하고자 하는 게 생기면 무식할 정도로 밀고 나간다. 그 속에 즐거움도 가득하다. 나도 밀고 나간다. 무식함과 즐거움을 가득 담아.”
내 얘기잖아? 그치만 나는 좀 더 이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
8/24 일요일
며칠 전, 외할머니를 외삼촌이 계신 수목장으로 옮긴 날이었다. 윤년을 기다려서 좋은 날을 골라 옮긴 것이라고 한다. 오래전 하늘의 별이 되신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이제는 함께 할 수 있게 돼 두 분이 하늘에서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했다.
그날 외가 쪽 친척들이 다 모였는데 전부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에게 똑같은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오뚝이 변호사시험 합격하게 해 주세요.”
“우리 00이 순경시험 합격하게 해 주세요.”
“우리 00이 수능 잘 보게 해 주세요.”
엄마로부터 그 말을 듣고 지금은 할머니들이 다 된 이모들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 마침 첫째 이모와 둘째 이모가 같이 있어서 둘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모! 오늘 할머니랑 삼촌한테 갔다 왔다매! 이모 울었지? 오늘 날씨 더웠는데 고생했어~ 보고 싶어!”
둘째 이모가 말했다.
“야야 너 눈이 퀭하다. 퀭해. 걱정 말고 공부해. 점쟁이가 그러는데 우리 집안에 법관이 하나 나온대.”
“그래? 우리 집안에 법관 될만한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맘 편하게 하고 공부하라고. 아유 이번에 이거 할 때도 갑자기 말을 바꿔가지고. 돈을 더 달라는 거야. 그때 내가 네 생각이 얼마나 나던지. 우리 오뚝이가 변호사면 이런 거 다 해결해 줄 텐데 했지~ 근데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결했어. 계약서 확실히 썼어! “
“진짜? 다행이네. 그 사람들은 왜 그런데. 나쁜 놈들이네. 고생했어 이모. 이제 끊을게~“
첫째 이모가 말했다.
“응 사랑해~~ (손하트)”
”응 나도 사랑해~(첫째 이모는 워낙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서 나도 첫째 이모한테 만큼은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귀여운 이모들. 어느새 할머니가 된 이모들..
흠.. 그나저나 법관이 나온다 이거지? 법관까지는 잘 모르겠고 일단 변호사나 시켜주십셔 신령님!!
어제 저녁에 말차 케이크를 먹었다(주말은 맛있는거 먹는 날!) 주중에는 학원 밥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어야 해서 항상 쫓기는 기분인데 일요일에는 여유롭게 밥을 먹고 집에서 공부하면서 디저트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엄마 말로는 내가 고시촌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학원 밥시간이 두 시간이면 좋겠다.. ㅎㅎ
일요일인 오늘.
어김없이 오후에 특강이 있고, 내일 시험 범위 공부를 해야한다.
이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오는구나. 새로운 한 주 동안에는 부디 컨디션 좋게 집중력 좋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화이팅이다!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
Rush Rush
마지막 정면 돌파
어리광이 난무했던
무승부의 날들
상실
남아 있는 잔유물과
아름다운 눈을 가진 행성 (여기 있어)
거짓말을 하던 나의 행운이여
No More Sunrise
사랑만으론 안 통해
마음 둘 곳 정할 데가 어디도 없어
입술을 깨물듯 나와의 충돌
그냥 떠도는 춤을 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