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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Nov 04. 2020

고급진 언어사용의 필요성?

H성인상담2기_다문화상담_7번째 과제

대화가 없으면 상담도 없다. 그리고 그 대화는 엄청난 가짓수의 단어로 이루어진다.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내담자를 부르는 호칭 하나, 유행어의 사용 하나로 인해 상담효과들 간에 극명한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급진 언어의 사용이다.


아주 당연하겠지만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내담자는 이해가 어렵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그건 뭐냐고 묻는것도 한두번이지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결코 유쾌한 상담이 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이로 인해 내담자 본인을 무시한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면 정말이지 그냥 꽝인 시간낭비만 할 뿐이다.


사실 이런 고급진 언어의 사용은 상담뿐아니라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생각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일단 까놓고 말해서 본인은 왠만하면 고급진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지금 적어내려가는 이 레포트들처럼, 윗분들께 심각한 보고를 할때마저 약간의 유머(내 생각으로는 충분히)가 섞인 언어를 사용한다. 아마 대통령을 앞에 두고 질문을 한다해도 같은 화법을 쓸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어제 나는 실장님께 보고를 해야 했다.


 "ㅇㅇㅇㅇㅇ과 ◇사무관님께서 ㅁㅁㅁㅁ과로 문서 송부 후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로 하였는데, 금일 현재 미연락 상태입니다. 아직 진행 전으로 보입니다만 재차 연락하여 문의하는 것은 되려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 잠시 대기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대신에, 


"◇◇◇ 사무관님이 원래 무슨 일 생기면 바로바로 제게 알려주시는 맘씨좋은 분이신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이신가 봅니다ㅎㅎ 저희가 막 재촉하는 사채업자도 아니고 그냥 믿고 잠시 기다려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라고 보고했다.



가끔 1년에 회사사람들을 상대로 한두번씩 업무관련 강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딱딱한 언어를 쓰는것이 영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리고 그들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왠만하면 쉬운 언어를 쓰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노력해서 하는게 아니고 이제는 적응이 되버려서 그냥 자연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나는 회계직렬로 회사에 입사했고 나름 경력도 10년이상이 쌓인터라 각종 용어를 추가하여 대화를 연결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회계법인에서 수년간의 경력을 쌓고 입사한 후배하나가 고급진 언어를 사용하며 상사들의 신임을 받는 것을 보며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나는 몸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얼마전 남자친구(세무사)가 상담전화를 받는 것을 듣다가 새삼 깨달았다는 듯이 전화통화를 끝낸 그에게 물었다. 일부러 그런 단어들을 구사하는 것이냐고. 그가 뱉었던 문장을 내가 이야기한다면 이런식으로 말할 것이라며 나는 그렇게 어렵게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얘기하자 본인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효율적 생존을 위하여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으므로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전문 상담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전문직의 남성인 관계로, 또한 나처럼 10년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전화너머 상대방은 단시간내에 단 몇문장으로 그를 판단해야 할 것이므로, 가볍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뭐 상담 외의 시간에 나와 대화할때는 나와 같은 수준(?)으로 변모하곤 하니 그냥 봐주기로 하자.


지금와서 내가 말하는 방법을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도 그들처럼 고급진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노력만 한다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것으로 사료되지만 구태여...?




그럼 상담가로서의 나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심리상담 역시 세무상담과 같은 전문상담의 영역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조금은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구태여 고급진 단어를 써가면서 거리감을 두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자칫 가벼워 보일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물음표를 던져보지만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심리상담은 친근함이 생명이다. 거리감은 노노. 내담자를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최대한 그들의 눈 높이에서 융이 어쩌고 아들러가 어쩌고 하는 외쿡 심리학자들의 사상들을 줄줄이 읊으며 고상함을 떠는 것보다 한국인 오스나 선생님이 그러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을 뿐이다. 허허.. 근데 각종 심리학자들의 이론에 통달한 사람이 내담자로 오면 어떡하지? 그럼 나의 지식이 다 뽀록날 것 같..... 네네.. 절대 이론 공부를 소홀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결론은 공부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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