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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관광지 구석구석

유로자전거나라 첫경험

by 오스나씨

유로자전거나라를 선택한 이유

아테네 시티투어는 유로자전거나라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유로자전거나라는 이전에 그런게 있다..라는 말만 듣고 왔었는데 사실 내게는 투어가이드의 필요성 때문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다. 나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올림피아에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평화로운 오모니아의 중심부에 자리한 호텔의 빵빵한 와이파이로 핸드폰을 붙잡고 뒤져봐도 렌트카 얘기만 있고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근데 또 항상 쓰지도 않으면서 챙겨다니던 국제운전면허증을 또 이번에는 한국에 놔두고 왔네 그려. 가는 날이 장날이야 아쥬기냥. 여튼 그래서 현지에서 살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면 뭔가 그에 대한 정보를 얻지 않을까 하여 서둘러 예약을 했었던 것이다. 뭐 결과적으로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렇게 만난 그녀는 올림피아에 방문한 경험도 없고 들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아 내게 전해줄 말이 없었고, 추가적으로 거기는 뭐하러 가냐는 핀잔만 들었다. 바로 얼마 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박지성을 비롯한 성화 봉송단이 가기는 갔는데 그때 함께했던 본인의 지인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고 불평을 했다며. 어후. 그럼 나를 대신 보내주지. 조금 빨리올껄 그랬어. 타이밍 안맞네 쯧쯧.

우야된동 올림피아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처음 참여해보는 유로자전거나라 프로그램은 만족스러웠다. 설명도 설명이지만 점심을 먹을 곳을 알려주고 음식은 어떻게 뭘 시켜야하는지 소상히 설명을 해준 것(중요), 그리고 투어 후반부 아카데미아에서 그리스의 유명인사가 그려진 벽화들을 보며 그리스 문자 읽는 법을 조금이나마 익히게 해 준 것은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되었다.

투어하러 가는 길

투어는 아침 8시반에 빨간라인 아크로폴리스역에 집합하여 함께 출발하는 걸로 되어있었다. 7시반 땡하고 평화로운 오모니아 호텔의 조식을 챙겨먹고 바로 뛰쳐나간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아크로폴리스와 같은 빨간라인인 오모니아 역에 갔는데 당최 지하철표를 어떻게 끊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돈은 뱉고 난리. 평화로운 오모니아 지하철역에는 역무원도 없고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기는 뻘쭘하고. 내가 원래 이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닌데, 이미 세계 여러 각국의 지하철표를 사 본 경험도 좀 있는 사람인데, 아 이게 뭐냐 대체 도저히 답이 안나온다. 분명 지하철 개찰구 부근의 기계는 그거 하나뿐이었는데, 거기서 표를 사는 것이 분명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기도 그렇고. 결국 당당히 일단 오픈되어 있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기로 한다. 이따가 출구에서 못 나가면 상황을 설명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근데 아크로폴리스 역에 도착해서 나오려니 또 개찰구가 오픈되어 있다. 그리고 무언가 나의 상황을 설명할 사람은 출근 전이신것 같다. 지금 나는 뭔가 되게 변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결국 그냥 무임승차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혹시 그리스 관계자분들 이거 보시면 바로 부정승차 과징금으로 30배 송금해드릴테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투어시작

투어그룹과 만났다. 뭐 당연히 한국말 투어니까 한국사람들밖에 없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사진을 계속 찍으시던 혼자 오신 중년아저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이들 셋, 그리고 죄송하지만 나머지는 기억이 안난다. 대략 나까지 합쳐서 예닐곱명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설명 듣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가이드 언니(인지 동생인지 친구인지 알수가 없는 그녀)만 졸졸 따라다녔다.

우선 투어 중간에 시내버스를 타야한다고 버스표를 구매하라고 하신다. 아테네는 버스표와 지하철표가 같은데 이따가 버스 타기 전에 정류장에서 표를 사는 건 좀 번거로울 것이라고 지하철역에서 미리 준비하라고 한다. 아까 평화로운 오모니아 역에서 삽질을 하고 왔던 오스나씨는 가이드언니에게 '저 아테네 도착한지 겨우 만 하루된 베이비예요, 헬프미' 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서 언니 옆에 붙어서 50유로짜리 지폐를 들고 그녀의 손길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본인이 가지고 있던 동전으로 내 표를 대신 사준다. 선물이라고 하신다. 왜죠? 하니까기계가 50유로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뭣이? 50유로짜리 지폐는 거부해? 그래서 아까 내가 표를 못 끊었구나. 이렇게 미스테리가 풀렸다.

지하철역을 나온다. 지하를 탈출하니 이른 아침의 아크로폴리스 주변 거리는 뭔가 평화로운 오모니아의 아침과는 다른 느낌이다. 뭔가 여유롭고 싱그럽고 생동감있고 아름답고 계속 막 좋은 말들이 생각나고 그런다. 기분 탓인가? 내게도 동행이 생겼다고 자신감이 생겼던 걸까? 어젯밤에 비가 와서 그런지 보도블럭으로 깔려있는 대리석(인지 아니면 그냥 돌인지)이 채 흡수하지 못한 표면의 물기가 심하게 반짝인다. 늘어선 수목 주변으로 내가 엄청 환장하는 비 온 뒤의 흙냄새도 난다. 그렇게 그렇게 뭔가 세상이 아침을 맞아 다시 태어나고 있는 느낌.

오늘은 일요일. 평소처럼 출근하는 아테네 시민들은 아직 잠자리에 있을 것 같고, 뭔가 부지런한 일부 여행객들만이 그 곳을 점령하고 있는 듯한. 솔직히 뭐 나도 투어가 없었다면 이제야 밍기적대며 일어나 조식메뉴는 무엇인지 식당을 기웃거리고 있었을테지.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는 겨울이 비수기라고 한다. 이렇게 좋을수가! 사람많고 뽁짝거리는거 싫어하는 오스나씨. 의도하고 온 것은 아니었는데 때마침 비수기였다니 이런 행운이! 덕분에 할인된 표로 입장이 가능했다

20171217_084443.jpg?type=w580 입장하실게요

처음으로 우리가 기착한 곳은 디오니소스 극장이다. 원래 이런 반원형은 로마식이라고 했는데. 한마디로 로마시대 때 개조된 형식인것 같다는 이야기. 그리스때 쓰던거 로마때도 고쳐서 썼나보다. 그리고 여기서 오케스트라..라는 단어의 어원이 나왔다는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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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는 술의 신, 여기서 술은 와인이다. 그리스 기후는 딱 포도를 키우고 와인만들기 좋은 날씨라고 한다. 비가 겨울에만 아주 조금 오고(근데 나는 어제 맞았단 말이지?) 여름 내내 쨍쨍해서 그렇다. 원래 와인퍼마시고 축제때마다 취해서 날뛰던, 광기를 내뿜던 그들을 저지시키기 위해 이렇게 극장을 만들어서 여기서만 놀게했단다.


가이드 언니 말로는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했다던데 구름은 걷히고 있었다. 덕분에 하늘은 참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언덕을 기어올라간뒤 어딘가에 앉아서 그리스 역사에 대한 설명도 듣고.. 고대사를 한번 훑어주셨는데 되게 나는 단편단편 알고 있었어서 이렇게 흐름속에서 이해하니 쏙쏙 들어오는게 참 좋았다.

일단 그리스 도시국가(폴리스)들중에 아테네는 고만고만한 그냥 작은 도시국가였지만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을 치르면서 입김이 세졌다. 작은 도시국가 주제에 당시 엄청난 강대국이었던 페르시아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르테논은 그 이후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힘을 과시하기 위한, 기념물이랄까. 당시 아테네를 비롯한 도시 동맹들은 군자금들을 같이 모아서 관리 중이었고 참 오스나씨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총무를 아테네가 맡고 있었다. 페르시아를 격퇴한 이후 도시동맹들의 맹주는 자연스럽게 아테네로 바뀌었고 덕분에 이를 이용해서 다른 곳도 아닌 아테네에 파르테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던 것. 초창기에는 건립 자체를 극렬히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 셋째딸 아스파샤의 그인 페리클레스, 교과서에 나오는 페리클레스 시대의 주인공인 바로 그 페리클레스. 그의 연설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다나. 그렇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건설이 결정되었다는것. 그래서 지금 우리는 파르테논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파르테논은 노예가 지은게 아니라 시민들이 지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님도 오셔서 알바도 뛰고 그랬다고 한다. 무척이나 중요한 건물이고, 아테네의 주인인 아테나에게 바치는 건물이니 감히 노예들에게 시킬수는 없었다는 것. 그냥 막연하게 유명하니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1번인줄 알았더니 이런 것들때문에 1번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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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나님의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파르테논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보이는 하얀색 내지는 베이지색 톤의 신전이 원래는 채색이 된, 이집트의 신전들과 비슷한 모양이었다는것을 설명을 듣고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전 내부에는 황금으로 꾸며진 아테나동상이 있었다는 것. 물론 지금은 누가 훔쳐간건지 아무것도 없지만. 조각가님은 황금 횡령한거 아니냐고 의심받아 재판도 받고 한단다. 나중에는 무죄로 풀려나지만. 정 동쪽을 향해 지어진 파르테논. 과거에 있었다던 황금아테나상은 아침마다 얼마나 반짝거렸을지. 내부는 계속 공사중이다. 몇십년은 더 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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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전 윗부분. 양쪽으로 저렇게 삼각형모양으로 조각들이 있었다는데. 디오니소스랑 히이잉거리고 있는 듯한 말만 남았다. 나머지는 파르테논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여튼 복원도가 남아있는걸보니... 몇십년지나면 말끔하게 다 복원하긴 할것 같다.


그렇게 파르테논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 있는 에리크테이온 신전도 봤다. 최근 방영된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은 이게 그렇게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죄송하지만 내 눈에는 파르테논이 주인공이어서 그랬던 건지 별로 눈길은 가지 않았다. 머리 쨩 아플것 같은데 기둥으로 세워놓은 형태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여튼 저런 상태로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서 있으려니 꽤나 힘들 것 같다는 느낌.


다 보고나서는 가이드 언니의 도움을 받아 주요관광지 밀집지역으로 내려온다. 솔직히 혼자 돌았으면 헤매거나 했을듯것 같은데 덕분에 정말 효율적으로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이래서 투어를 하나보다.


아레오파고스

일단 도착한 곳은 '아레오파고스'다. 역사적으로는 사도바울이 최초로 기독교를 전파한 곳이고 신화적으로는 아레스가 재판을 받은 곳이다. 아레스 딸내미가 포세이돈 아들한테 강간을 당해가지고 아버지인 아레스가 열받아서 그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때문에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근데 참 그 남자도.. 어찌 다른신도 아니고 넘나 힘쎈 군신의 딸을;; 간도 참 컸다. 여튼 그 덕분에 저 바위는 아테네 최초의 법정이라는 명예를 받고 있다. 그나저나 아레스는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 에일레스가 아니던가... 거기서 존잘캐릭터.. 본지 20년은 된듯한데 내 기억력에 박수를!! 그리고 난 이 기세를 몰아 최근 오스나씨는 아르미안의 네딸들 전집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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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오파고스, 그리고 바로 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 바로 그분ㅋㅋ


멀리보이던 아고라

아쉽게도 아고라 박물관은 공사중이라 입장이 불가하다 해서 이 바위 위에서만 보는걸로 했다. 어차피 오른쪽의 박물관과 왼쪽의 신전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건축물들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 유명한 아고라. 내 눈에 담고 갑니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고 이름모를 누군가가 몇천년전에 저 거리를 활보했을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습니다.



나의 첫번째 그리스식 식사
아고라를 나와서는 시장통으로 접어들었다. 언니는 신나게 아테네에서 사야 될 기념품들도 설명해준다. 가죽, 올리브 오일, 올리브 도마 등등이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나는.. 짐이 될터이니 구매할 생각은 전혀 없고...나중에 혹시 다시 캐리어 끌고 오게되면 생각해보리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위한 식당을 몇개 추천해주었다. 게다가 메뉴 설명까지 해주니 감동의 눙물이 ㅠㅠ 어제 왠 치킨 간먹은거 생각하면;; 그래서 한이 맺혔는지 엄청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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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 훌륭했던 "한끼"식사, 그릭샐러드, 무사카, 깔라마리

그릭샐러드, 무사카, 깔라마리다. 너무나도 내 스타일이었던 그릭샐러드, 거의 매일 먹었던 것 같다. 그릭샐러드는 그냥 별다를 것이 없는 샐러드에 그리스 대표치즈인 페타치즈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페타치즈는 양젖과 염소젖을 혼합해 만드는데 시도해보지는 않았으나 한국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것 같긴 하다. 무사카는 그리스 전통음식인데 가지, 양파, 토마토 등등 야채와 고기를 쌓고 그 위에 버터, 밀가루, 우유등등을 혼합한 물을 끼얹어 오븐에 굽는것 같다. 근데 먹다보니 이게 맛이 젤 하위로 밀려서 다 못먹고 포장해서 배낭속으로 직행하심. 그리고 세번째 깔라마리. 오징어튀김이다. 내가 갔던 가게가 이걸로 유명하다길래 다소 과한것 같으면서도 시켜보았음. 맛있어서 다 비웠다. 점심은 개별적으로 먹고 자유시간으로 쓰게 해주는것도 이 투어의 참 좋은 장점이었다. 솔직히 투어 중간중간에 남들 사진찍는거 기다리는게 젤 귀찮았었는데 여기에 그들이 쇼핑하는거 까지 기다리게 했음 정말 화났을것 같다.


하드리아누스의 개선문 + 제우스신전

하드리아누스의 개선문


식사를 하고 나서는 하드리아누스의 개선문으로 간다. 하드리아누스는 로마 황제인데 그리스빠였다. 그리스를 정복한 이후에 신도시를 지어주는데 이 구조물 안쪽이 신도시, 바깥쪽이 구도시, 이 기념물은 그래서 상부의 그리스 스러운 기둥 하부의 로마스러운 아치의 혼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근처의 제우스 신전. 입장료가 있어서 그랬는지 입장을 안 시키시고 그냥 겉에서만 보게 하셨다. 기둥이 몇개냐 우리에게 물어보고는 태풍맞고 쓰러진 기둥하나도 그대로 방치되어있어 그것까지 합치는게 답이라고 한다.







올림픽경기장

들어가서 한번 뛰어보고 싶네여(if 입장료 없으면)

다음은 올림픽경기장. 현재 쓰고 있는 경기장은 아니고 근대올림픽이 처음 열렸던 경기장이다. 쿠베르탱이야 초딩 교과서에서부터 봐가지고 원체 유명하니 그러려니 하고 사실은 더 유명한 갑부 할아버지가 계셨단다. 원래 이 경기장 지을돈이 없다고 하니 어떤 할배가 자기가 지을 돈 내겠다며, 그리고 마라톤 1등하는 사람한테 줄 상금도 내겠다며, 그렇게 경기장은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뭐하는 할배인가 물어봤더니 그냥 금수저랜다. 그렇게 열린 1회 올림픽에서, 특히 마라톤의 경우 그리스 사람이 꼭 우승을 해야했기때문에 범국가적인 상금을 걸었다는데 다행히 그리스 사람이 1등을 했다고 한다. 근데 알고보니 애초에 참가자 대부분이 그리스인었다고 함; 사실 이전까지 내가 나온 사진은 별로 찍지 않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서 가이드 언니에게 점프샷도 한컷 아니 여러컷 부탁한다. 전직 육상선수 출신인 오스나씨는 경기장을 보니 온몸의 근육들이 꿈틀꿈틀 하였습니다.


근위대 교대식

다음은 버스를 타고 근위대 교대식을 구경하러 왔다. 여기서는 시간이 되면 근위병 아이들이 서로 교대를 하며 퍼포먼스를 한다. 그 전까지는 암것도 안하고 그냥 서있어야 한다. 진짜 참 지겨울것 같다. 요망한 타이즈에 치마를 입고 예쁘게 꾸민 그들은 실제 군복무를 하는 20대의 청년들인데 지원 자격조건이 키 183이상에 용모단정이라고 하니 그리스 최고의 미남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뒤에 있는 건물은 대통령궁이라는데 근위병들이 사실 거길 지키는게 아니라 그 앞에 있는 무명용사들의 묘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뭔가 더 의미있는것 같아서 신기했음. 사실 뭐 예쁘게 치장한 저 차림으로 대통령을 지키는 건 뭐랄까 좀 거시기 하니 그럴만도 하지. 그리고 그들의 뒤로 돌로 된 구조물이 보이고 그리스가 참전했던 국가의 이름들이 조각되어 있다. 꼬레아도 보인다. 한국전쟁때 그리스도 참전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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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차려입은 근위대 & KOPEA = KOREA



아카데미아

당시 인기있던 그네들이 그려진 벽화

그리고는 첫째날 숙소를 향해 걷다가 "저건뭐지?" 했었던 아름다운 건물에 왔다. 알고 보니 대학건물, 아카데미아다. 건물 내부까지 들어간 것은 아니고 건물 표면의 벽화들을 보며 한참 설명을 들었다. 나름 다들 의미있는 신들 그리고 유명인들. 그리고 인물 옆에는 그리스어로 이름이 써있는데 가이드 언니와 한 요 읽기연습 덕분에 그리스어 읽는것이 좀익숙해졌다. 어제 배낭메고 지나갈땐 그냥 그런 건물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추억을 하나 더 새기고 갑니다.


소크라테스 감옥

소님이 계셨던 감옥이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후 소크라테스 감옥도 갔다. 실제 저기에 있었는지는 짐작만 할 뿐이지만. 왜 아고라와 멀리 떨어진 이곳에 가두었는지? 사서에 보면 소크라테스가 어딘가에서 내려왔다...라는 표현이 있고 지금 소크라테스의 감옥이라고 칭해지는 이 감옥 옆에는 계단이 있어서 그러한 설정에 맞는곳은 여기라는 것이다. 뭐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실제 감옥에 있었지만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원체 인기쟁이라 면회객들이 많아서. 어릴적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있는, 교과서에서 였던가? 누가 그렸는지, 제목도 모르지만,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있고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던 바로 그 그림, 그래서 그렇게 묘사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파르테논이 보이는 언덕
언덕 뒤쪽으로 약간은 오르막인 길을 오른다. 해가 질때 맞춰서 올라가면 파르테논 서쪽이 황금빛으로 보인다는데 우리 그룹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시간을 놓쳤다. 이 황금빛 파르테논을 미리 알고 오셨던, 아침부터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셨던 중년분은 많이 실망하신듯하다. 그리고 바로 이 언덕이 파르테논을 향해 대포가 조준된 곳이라고 한다. 실제 이쪽에서 바라보는 파르테논은 아 정말 제대로 맞았구나 싶은 모양이다. 지금 씐나게 보수작업 중이지만 폭탄맞은 한쪽 벽면은 여전히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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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파르테논 그리고 폰카의 한계

보수작업하니 또 한마디 하고 지나갈 것이 있다. 솔직히 본인은 우리나라의 보수작업에 대해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말이 보수지 이건 뭐 새로 재건축하는 수준, 이게 몇백년전의 유적인지 현대유적인지, 이 답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몇이나 될까? 여행지를 탐색하며 뭇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비교적 잘 알려진 유럽의 선진국들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미 깔끔하게 보수가 되었을거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 본인은 어떠한 의미있는 문화재가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부서지거나 타국의 침략에 의해 손상된 흔적 하나하나도 그 나름의 귀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이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유적지를 방문하면 인프라가 부족해 찾아가는 길 부터 험난하고 정보도 없어 공부하는 것도 힘들지만 막상 도착하면 복원작업, 다시 말해 인위적인 현대인의 작업을 아직 거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역사가 그 안에 있다. 그래서 좋다.


멀리 돌아왔는데 그리스의 복원작업들은 좀 나은 편이다. 과거에 쓰였던 돌뎅이들과 현재 돌뎅이들을 일부러 확연히 구분되게 작업을 하는 중이다. 누리끼리한 돌뎅이들은 과거부터 원래 거기 있던 것, 흰색은 브랜드 뉴 최근것이다. 논외지만 얼마전 들은바로는 왜놈들이 콘크리트 쳐발쳐발 해놨었던 익산 미륵사지 석탑도 이런식으로 복원을 완료했다고 한다. 하나하나 짜맞추느라 20년여년이 걸렸지만 바람직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걸로 투어는 모두 마무리. 참 알차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좋은걸 왜 진즉 안하고 있었던 걸까.... 근데 생각해보니...유럽을 혼자 와본적이 없는 오스나씨. 유로자전거나라는 유럽전문이잖아.



저녁식사 + 황당한 경험
헤어진 지점에서 아까 들렀던 시장통으로 한참 내려가보려다가 씨잘데기 없이 살 것도 없는데 뭐하러 돌아다니나 싶어서 그냥 지하철역, 아크로폴리스 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되돌아간다. 사실 너무 늦은시간에 오모니아는 위험하니 빨리가야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미 해가 졌다. 순식간에 캄캄해져 버렸다. 이왕 베린몸 에라모르겠다 어차피 늦은거 그냥 밥이나 먹자 하고 호객행위를 하던 여자분에 이끌려 자리를 잡는다. 메뉴에 적힌 드디어 눈에 제대로 꽂히던 수블라키. 한국에서 양고기는 다른 고기들에 비해 흔한편이 아니라 외쿡에 나오면 무조건 왠만하면 양고기를 주저없이 고르는 오스나씨. 네네 그거주세요. 양고기 수블라키. 그리고 아까 가이드 언니에게 배운대로, 카푸치노 프레도 한잔도 시킨다. 프레도가 아이스같은 개념이라 시원하게 먹으려면 요렇게 시켜야 한다. 웨이터는 그리스 전통 술인 "오조"도 한잔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쿠키 몇 개와 함께 내어준다. 서비스인가 보다. 이거 먹으면 백퍼 얼굴 벌개질텐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원샷한다.

20171217_182805.jpg?type=w580 (공짜라서 더) 훌륭했던 저녁식사

근데 살다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양껏 먹고 이제 계산하고 가려는데 누군가 내 식사를 계산하고 갔댄다. 좀 어이가 없어서 "Why?"를 연발했으나 웨이터는 "I don't know."만 반복한다.


앞에 있던 여자라는데 서로 인사를 한 사이도 아니고, 아까 웨이터랑 잠깐 얘기하던거 귀동냥했었는데 미국인이라고 했던 것 같긴 하다. 뒤돌아 있어서 자세히 살핀 것도 아니고 그냥 흘낏 봤을땐 동양인인줄 알았었던 그녀. 지금 생각하니 이거 무슨 이벤트, 아니 무슨 캠페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다른사람꺼 대신내주기 이런 캠페인. 그럼 나도 다음 사람꺼를 계산하고 나왔어야 했나? 또는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나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나? 아닌데. 그렇게 추리한 옷차림은 아니었는데 알 수가 없네.



집에 돌아가는 길

먹고나서는 바로 지하철역으로 직행했다. 오모니아 역에 내려서는 늘 그랬던것 처럼 다시 걷는지 뛰는지 모를 속도로 호텔을 향해 돌진했다. 호텔 정문을 열고 safe를 외쳐려던 순간.. 읔.. 들어가서 먹을 물이 없다!! 그래도 물은 사야지 싶어서 인근 슈퍼로 다시 뛰어감. 인도인인지 아랍인인지 모를 주인장이 날 반긴다. 생수병을 들고 계산을 하려하니 느끼한 말투로 "땡큐 마이프렌드"를 외친다. 알겠다 프렌드야.. 이만 바이바이.. 그나저나 물이 50센트네. 거스름돈 50센트 안 내어주고 본인이 가져도 몰랐을텐데 참으로 정직한 주인장 양반. 원래 1유로는 줘야 했을건데 오모니아는 물가가 싸군. 그렇게 다시 뛰듯이 호텔로 복귀.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쓰하다고 느끼며 방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참 보람차고 재미있는 하루였다.




아크로폴리스.jpg 오늘의 모험성과



아테네.jpg 현재 오스나씨의 위치 : 계속 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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