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아 드디어 올림피아로!!

홀로 펠로폰네소스반도에 서다

by 오스나씨


About 펠로폰네소스 반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야하나요 아저씨...오스나씨는 올림피아도 있고 스파르타도 있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지만 정보를 찾아보니 죄다 렌트카로 갔다는 사람들 뿐. 버스정보는 그나마 남아 있는건 아주 옛날꺼 혹은 실제 간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보고 적은 것 뿐이다. 버스가 없으면 비행기를 타고 가지 하는 마음에 항공편을 뒤졌으나 공.항.이.없.는.것.같.다. 아 정말 가이드 언니의 말대로 깡촌이긴 한가. 그러다 무작정 버스터미널로 가보기로 결심했다. 평화스러운 오모니아를 떠나면서도 정말 펠로폰네소스반도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가득, 그리고 혹시 안되면 어디로 가야하나 그렇게 조금은 도박을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아놔 근데 막상 가보니 무슨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소박한 마을이나 남미 또는 어딘가 이집트 어딘가의 깡촌에 비하면 전혀 시골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괜한 고민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인데, 무슨 이동에 제약이 있는 공산국가도 아니고, 아니 설사 공산국가라 해도 그들도 어쨌든 이동을 해야하는데 버스가 없을리가 없지. 뭐 사실 기차는 운행을 중단한 것이 맞긴 했다. 버스로 달리는 도중에 만난 기차길 위로 기차가 다니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고, 도착해서 보니 올림피아 역은 폐쇄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원래는 피르고스(Pirgos)에서 올림피아까지 운행하던 기차도 있었다는데 겨울 비성수기라 닫은 것인지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닫은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우야된동 펠로폰네소스 지방을 버스로 여행하실 분들은 본인처럼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바라는 바다. 격한 다른 오지를 다 다녀본 오스나씨 감히 얘기하건데 이 정도면 정말 여행하기 편한 동네다. 시간이 넉넉치 않은 분들은 무조건 렌트카를 빌려야겠지만. 버스가 막 자주있지 않은 구간도 있는 관계로 이동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출발하는 버스터미널을 제외하고, 중간기착지인 경우 제시간에 버스가 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펠로폰네소스지방을 버스로 여행하려면 기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한데 나름 구글지도를 보면 큰 도시들이 몇개 보일것이다. 우선 서쪽에서 제일 큰 도시는 피르고스, 파트라스 정도가 되겠다. 중간에는 트리폴리, 바다와 붙어있는 남부는 나프폴리오 등이 있다. 그 도시들을 거점으로 하면 근처는 못가는 도시가 없는 듯 하다. 그리고 버스노선은 인터넷으로도 조회가 가능한 듯 하지만 몇번이고 찾으려다가 실패했고 가장 좋은 방법은 버스터미널 창구에서 문의하거나 호텔리셉션에 문의하거나 나처럼 우연히 만난 친절한 식당 레스토랑 오너에게 문의하는 방법이 있다. 여름과 겨울의 스케쥴이 다르고 평일과 주말의 스케쥴이 다른 관계로 현지의 정보가 가장 정확하다. 그리고 엄한 도시를 찍어도 연결편까지 알아봐준다.


그리스 사람들 특히 펠로폰네소스 사람들 아직은 많이 순박하고 친철하다. 참고로 올림피아에서 델피가는 방법이나 미케네 가는 방법까지 다 알려주셨다. 몇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그 시간대까지 전화해서 물어주시거나 구글링을 통해 조회해주시고 했다. 받아온 버스 스케쥴들은 포스팅 중간중간에 보여주긴 할테지만 다시말하지만 가서 묻는게 최고다. 너무 겁먹지 말기를. 너무 인터넷에만 의지하지 말기를. 그래도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게 종이지도를 출력해서 다니는 시절은 아니지 않나. 무적의 구글지도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냐능!!



출발

사실 출발할때만 해도 두려움이 많이 있었지만.. 뒤져보니 그리스 버스터미널은 두개다. 내가 가야하는 터미널은 피르고스 쪽으로 가야하니 키피소스터미널. 주로 펠로폰네소스 지방쪽, 즉 아테네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갈때는 이 터미널을 이용하고 델피, 메테오라 등 북쪽으로 갈때는 다른 터미널은 이용하는 것 같다.

가는길을 검색하니 키피소스터미널은 오모니아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라고 한다. 호텔 근처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버스표가 없다. 그럼 다시 역에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하는데 영 귀찮았다. 배낭메고 똥배짱 모드 들어가려다가 그냥 택시를 타기로 한다. 사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라서 객기만 부리면 걸어갈수도 있었을것 같은데 구태여 힘빼지 말자. 그리스는 미터택시라 사기당할 위험이 없다.

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했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던 올림피아 표시. 어제 가이드언니랑 그리스문자 읽는 연습을 조금 해놨더니 이렇게 도움이 된다! 표를 끊었다. 표를 끊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드디어 내 손에 쥐어진 표. 어찌나 감개무량하던지!! 12시30분 출발. 16번자리. 32.5유로. 32-33스탠드에서 타면 된다. 그리고 아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피르고스에 가서 올림피아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피르고스에서 표를 다시 사야하는게 아니라서 조금은 더 편한시스템.

왼쪽에서 네번째. 한눈에 알아본 올림피아 부스 + 버스표


버스는 떠났다, 오스나씨를 태우고

그렇게 약 한 두시간 터미널에서 죽치고 기다리며 커피도 한잔 하고 드디어 버스는 출발한다. 버스는 지정석인데 내 옆에 할매는 다른곳으로 가서 앉아계시다가 중간중간 다른 정류장에서 사람이 탈 때마다 잠시 자리로 돌아오신다. 그리고 사람이 더 이상 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신다. 지인이 뒤쪽에 앉아계시거나 창가자리를 원하시는 듯. 덕분에 두 자리 쓰면서 편하게 왔다.

자리는 지정이 가능한지는 확인안해봤지만 무조건 운전석 라인이 아닌 그 반대라인, 버스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명당이다. 초반에는 사실 실망했다. 왼쪽으로 아테네 항구의 풍경이 펼쳐졌기 때문. 아호 대항해시대2 유저들이 초반 돈벌이를 위해 가장 많이 방문했을수도 있는 아테네 항구를 이렇게 지나쳐가다니. 하지만 고린도(코린트) 운하를 지나는 순간부터 피르고스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오른쪽으로 이오니아해가 펼쳐진다. 그래서 진심 후회는 없었다. 솔직히 풍경들보다는 유적에 관심이 더 있는 오스나씨는 풍경을 보고 와 멋지다... 이런느낌은 잘 안 받는 편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진짜 넋을 놓고 풍경을 바라봤었다. 중간중간 비행기모드를 해제하고 GPS를 켜고 어디쯤인가 궁금해서 지도를 계속 봤다.



고린도(코린트)운하

운하 그리고 관광객들, 그리고 난 버스에.

왠지 눈 앞에 고린도 운하가 보일것 같은 느낌에 카메라를 쳐놓고 대기타고 있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지나가 주어서 잽싸게 한장 찍었다. 생각보다 너비가 참 좁던데 어찌 배가 다니려나 싶기도 하고. 메인 운하가 아닌 그냥 그런 지류일까 싶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있으니 맞는 것 같긴 한데.

고린도운하는 옛날 옛적부터 제대로 함 파보려고, 우리가 잘 알고있는 로마의 네로황제마저도 시도하다가 계속 실패하고 현대에 와서야 준공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지도를 대충봐도 서쪽에서 오는 배들이 이 운하를 통하면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한 바퀴 돌지 않고 비교적 직선으로 아테네쪽으로 진입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환락의 도시 고린도.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있었고 그녀를 모시는 많은 여사제들이 대놓고 종교적 행위라 이름붙이며 주변인들, 외지인들에게 넘나 개방적인 사랑을 허락했다는 것. 그리고 하도 요래요래 옳지않게 산다고 사도바울이 고린도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들이 성경의 고린도전서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었다. 사랑은 오래참고..어쩌고 저쩌고..그래그래, 바로 그거 있지 노래로도 나온 그거 있지 않냐능. 사실 고린도에도 나름 아크로폴리스들을 비롯한 유적들이 있는 것 같긴하나 다시 올 것 같지는 않고.. 우리는 이렇게 스쳐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안녕히.


그리고 드디어 펠로폰네소스반도로 진입했다. 앞서 얘기한대로 풍경이 끝내준다. 사진에 다 담을수 없었던 것이 한스러울뿐이다.

정말이지 버스에서 내려서 제대로 찍고 싶었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한가득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 근데 내리니까 비가 추적추적 오고있다.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 쫑인가보다. 버스는 시간이 되기전에 문을 안 열어주는지 이것저것 뒷처리를 마친 사람들과 캐노피 밑에 버스에 못타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왠지 모를 동질감. 우린 한 배..아니 한 버스를 탔어요.

타고왔던 버스 + 휴게소 내부 인형뽑기ㅋㅋ


비는 내렸다 그쳤다는 반복하고 지겨울정도로 바다를 끼고 달려주신다. 저 멀리 뭔가 특이한 다리가 보인다. 구글지도를 펴보니 델피가 있는 반도와 연결되는, 바다에 놓인 다리인것 같다.

기다려 델피 조만간 보러 갈게

사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델피로 바로 가면 아테네를 거치는 것보다 이동거리는 더 짧긴 했는데, 만약 렌트카가 있었다면 저 다리를 건너 최단거리로 갔겠지만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훨씬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테네로 돌아가기로 했었다.



펠로폰네소스주의 주도 피르고스(Pirgos)

타고왔던 버스, 네네 잠시 쉬세영

드디어 피르고스 도착. 버스표에도 친절히 표시되어 있었던 것과 같이 최종 목적지인 올림피아에 가려면 여기 피르고스에서 갈아타야 한다. 바로 갈아타는 건 아니고 한 30분정도 기다렸다가 탔다. 말도 잘 안통하던 기사님과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했다. 대충 이해한바로는 그 버스 그대로 올림피아를 향해 가긴 하는데 버스 밑에 실어두었던 배낭은 다른칸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행여나 헷갈릴까 손가락 여섯개를 펴서 보여준다. 여섯시에 출발할모양이다. 나도 재확인한다는 의미로 기사님께 손가락 여섯개를 펴서 보여준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본다. 버스노선도가 보여서 일단 사진을 찍어놓고 약 5분간 깊은 탐구를 하다가 표파는 곳으로 가서 미케네에 대해 물어봤다. 코린도스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고 한다.

터미널 내부 버스표, 요래요래 댕깁니다. & 잠시 터미널 밖으로도 나가봅니다.



진짜 올림피아로 고고~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왠지 느낌상 다시 올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때까지 내 머릿속에는 어느 곳을 가던지 모든 버스를 타려면 여기 피르고스를 거쳐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그도 그럴것이 피르고스가 펠로폰네소스주의 주도였기 때문이다.

30분여를 다시 달려 고속버스는 시내버스처럼 여기저기서 사람을 태우고 내리고하고 달린다. 지도를 보고 과연 이 버스는 어디에서 내려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도상으로 호텔이 모여있는 구역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거기가 종점이 아닌, 종점과는 떨어진 곳이라서 내가 내리려고 운전석 가까이에 가자 아저씨가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짐 꺼내라고 아래 문도 열어주시고, 이것저것 은근 챙겨준것이 고마워서 급히 그리스어로" 감사합니다"는 뭔지 검색을 한 뒤 한 마디 해드렸다. 길어서 자꾸 안 외워지길래 계속 연습했었다. 에프까리스토. 에프까리스토.



약속의 땅, 드디어 입성

버스에서 내린 뒤, 아까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에 결심했던 헤르메스호텔을 예약했다. 사실 예약 없이 그냥 들어갔어도 되었을것 같긴 한데. 올림피아자체가 관광객이 거의 없는 시즌이었나보다. 내가 방금 예약을 했다고 하니 주인할매가 놀라시고 돈도 안받고 진짜 무한 초스피드로 방을 향해 돌진. 간단히 난방을 어케하는지만 알려주시고 아침 먹을거냐, 5유로다 이런말만 해주시고 가신다. 친절 불친절 이런걸 떠나서 피곤해 죽겠는데 이렇게 빠르고 신속한 일처리 감사합니다.

아늑했던 올림피아 우리집, 사실 떠나기 전에 찍었던 것


사실 호텔은 좀 추웠다. 벽장에 있던 담요 두개를 꺼내서 올림피아에 머무는 내내 계속 함께했다. 옷도 한겹 더 입고 잤다. 내가 오기 전 환기를 시키기 위함이었는지 창문을 하루종일 열어두어서 난방에는 시간이 더 걸렸다. 다른 곳으로 옮길까도 하다가 다 마찬가지일것 같았다. 그리고 이게 유럽스타일이 아닐까 싶은 그런 마음. 옷을 입고 이불을 덮으면 될껄 구태여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난방은 하지 않을거라는 느낌. 나중에는 적응되니까 괜찮았다. 그리고 어차피 올림피아가 꽤 추운 동네였다. 계곡에 있는 동네라서 그런지.. 하기사 그런 이유로 여기서 올림픽도 했을것 같다. 아테네같은 곳에서 여름에 뛰었으면 경기고 뭐고 죄다 일사병 걸렸을 것 같다.

저녁을 못 먹어서 호텔로 들어오는 길에 급히 열려있는 상점에 가서 물한병과 요망한 과자인지 빵인지를 사가지고 들어왔었다. 일단 싯고 그걸로 요기를 하고 잠에 들기로 한다. 이 동네 해지면 거의 문닫는 분위기라 그나마 그거 사온것도 참 잘한일이라 생각하며.

이틀 묵고 가는거니 맘이 참 편하다.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 하는걸로. 관광지는 왠만큼 도보로 가능한 곳에 다 모여있으니 맘이 참 편하다.



현재 오스나씨의 위치 : 여기저기 거쳐서 올림피아 도착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