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과 동조의 줄타기
이커머스 플랫폼을 창업했을 때
나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투자사도 만났고
먼저 사업을 해본 대표님들도 만났고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꾸준히 의견을 물었다.
겉으로 보면 나는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이 방향이 맞는지
시장 타이밍은 어떤지
지금 우리가 풀려는 문제가 유효한지
질문도 많았고
미팅도 꽤 자주 잡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미팅들이 모두 조언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이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면
그날은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지금은 다시 봐야 한다고 말하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조언보다 동조를 더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조는 편안하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내가 가려는 방향에 힘을 실어준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그 말은 생각보다 강한 위로가 된다.
특히 창업 초기에 그렇다.
불확실성은 크고
책임은 무겁고
결정은 계속 내려야 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객관적인 조언보다
내 선택이 맞다는 신호를 더 원하게 된다.
반면 조언은 불편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말고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속도를 내고 싶을 때
멈춰야 할 이유를 말하고
가능성을 보고 있을 때
구조를 먼저 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조언은 맞는 말이어도
당장은 반갑지 않을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내가 유독 오래 기억했던 말들은 늘 비슷했다.
“지금 시장 타이밍이 나쁘지 않네요.”
“대표님처럼 실행력 있으면 해 볼 만합니다.”
“이 정도면 밀어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은 들으면 에너지가 올라왔다.
반대로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시장이 작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고객보다 구조를 더 봐야 합니다.”
“이건 확신보다 검증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듣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차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에 가까웠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내 확신을 지켜줄 말을 찾고 있었던 셈이다.
좋은 조언은
항상 기분 좋은 말의 형태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들을 때는
기분이 상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때가 많다.
왜냐하면 좋은 조언은
내 편을 들어주는 말이 아니라
내 시야를 넓혀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놓친 맥락을 보여주고
내가 서두르는 지점을 짚어주고
내 판단의 빈칸을 드러낸다.
그 불편함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판단이 단단해진다.
반대로 동조는
순간적으로 힘이 된다.
하지만 판단의 폭을 넓혀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보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이 말이 내 생각을 넓혀주는가
아니면 그냥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가를 보려고 했다.
조언을 구하는 것과
동조를 구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하나는 판단을 넓히고
하나는 감정을 지켜준다.
문제는 그 둘을 자주 헷갈린다는 점이다.
지금 나는 정말 조언을 듣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정한 답을 확인받고 있는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일수록
오히려 더 오래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 질문 앞에서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을 때
판단은 조금 덜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