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에 대하여
급한 일은 항상 생긴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루는 늘 예측 밖에서 시작됐다.
광고 효율이 떨어졌다는 보고
물류 이슈가 생겼다는 연락
CS에서 클레임이 급증했다는 메시지
급한 일은
늘 타이밍을 가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움직였다.
회의를 열고
담당자를 정하고
당장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문제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작 하기로 했던 중요한 일은
늘 뒤로 밀려 있었다는 점이다.
브랜드 리뉴얼
고객 데이터 정리
상품 구조 재설계
급하지는 않지만
분명 중요한 일들.
하지만 그 일들은
항상 “다음 주”로 밀렸다.
우선순위를 못 정하는 이유
많은 조직이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모든 일이 다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매출도 중요하고
고객도 중요하고
팀 분위기도 중요하고
경쟁사 대응도 중요하다.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다 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는
무엇을 할지 정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뒤로 미룰지 정하는 일이다.
여기서 대부분 멈춘다.
미루는 순간
불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놓치는 건 아닐까
경쟁사에 뒤처지는 건 아닐까
지금 당장 매출이 더 빠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급한 일을 붙잡는다.
급한 일은
즉각적인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은 대부분 조용하게 흘러간다
돌이켜보면
사업의 흐름을 바꿨던 일들은
대부분 급하지 않았다.
고객 세그먼트를 다시 정의한 일
수익 구조를 다시 설계한 일
채널을 과감히 줄인 결정
그때는 불안했지만
결국 그 선택이
구조를 바꿨다.
급한 일은 하루를 바꾸고
중요한 일은 방향을 바꾼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오늘의 불안을 감수하고
내일의 구조를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의 하루는 바쁜가, 아니면 집중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 조직은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하루가 끝났을 때
피로는 남는데
진전은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마도
급함에 반응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우선순위는
시간 관리의 기술이 아니다.
어떤 불안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지금 우리 조직은
매출의 흔들림에 반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를 설계하고 있는가.
오늘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뒤로 미뤄야 할지 결정했다면
비로소 우선순위는 정리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