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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 May 30. 2023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나도 그럴 테니까요.


사람들은 외롭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 공감이 크게 가진 않았다. 내가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고만 여겼기 때문이다. 워낙 혼자에 익숙해서인지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오히려 연애할 때 말고는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듯한 외로움과 맞닥 들이게 됐다. 


21년 겨울, 퇴사를 고심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던 때였다. 이 고민들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나름 괜찮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어서 쉽사리 털어놓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 퇴사는 내 인생의 큰 이슈 중 하나였기에 조언이 필요했다. 퇴사 후 스스로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미리 알아놓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내겐 너무나 큰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그때 '아 이게 외로움이구나, 이것이야말로 정말 외로운 거구나'하며 처음 맞이한 이 거대하고 무서운 외로움에 눈물이 났다.


외로움에도 종류가 있을까? 요즘 스스로가 텅 빈 느낌이라 이것저것 계속 시도해야만 할 것 같고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된다. (출퇴근이 내 맘 같지 않으니 하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게 있어도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건이 따라주질 않다 보니 시도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삶의 의욕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도 나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든다. 마음이 허할수록 다른 걸로 채운다는데.. 지금 내가 그런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외로움 보단 고독함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은 어떤 대상(사람, 환경)으로 인해 특정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예를 들자면 무리에서 나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연애 중이지만 몸맘진창인 퇴근길에 연인이 전화를 받지 않을 때,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이다. 반면 고독함은 외로움과 달리 공허한 마음이 특정 순간이 아닌 매 순간 이어져 있는 감정이다. 정체되어 있는 이 허함은 시간, 공간, 사람, 사랑의 유무와 관계없이 계속 내 안에 머무른다. 이 감정은 오로지 나만 느낄 수 있는, 나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스며든 이 고독함을 언젠가부터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안에 고독이 쌓이고 쌓여 힘이 들 때면 누군가에게 안겨 꽁꽁 싸매고 있던 나 자신을 무장해제하고 응석을 부리고 싶다. 무언의 칭얼거림으로 '내가 이랬어', '그동안 이런 마음이었어',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 사실 지금도 그래'와 같은 속마음을 뱉고 싶다. 그렇게 안겨서 스며드는 온기로 충전을 하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위로가 되니까.


누군가에게는 내가 느낀 거대한 외로움과 고독함이 '저게 왜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타인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확실한 건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100% 이해받길 원하는 건 엄청난 욕심인 것 같다.


사람마다 외로움의 정의, 강도, 형태, 느낌이 다 다르지 않을까. 내가 고독함이라고 느끼는 이 감정은 누군가에겐 또 외로움이 될 수 있을 테니. 외로움과 고독함을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결국 이 두 감정은 본인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평생을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되 너무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다스리면서 같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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