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말과 글이 주는 힘을 믿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오랫동안 커뮤니티 관리와 상담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감’이라는 요소가 삶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은 싫었지만, 진심이 담긴 소통과 공감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나를 좀 더 버티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더욱 돈독해지는 고객들과의 관계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인간적인 존중감’을 느끼기도 했었으니까.
나는 언제부터 글의 힘을 느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십 대 때부터 기록이라는 걸 해왔었다. 꾸준히라고 할 순 없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직접 작사를 해보거나, 다이어리에 혼자만의 생각을 써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만의 SNS 비밀 계정에도 속마음을 가볍게 끄적이기 시작한 게 벌써 8년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아무도 모르게 표현해 왔다.
이런 내가 어쩌다가 글쓰기를 진지하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고민해 봤다. 예전부터 막연히 글을 써보고 싶긴 했었다. 정말 막연히. ‘있어 보이는 글을 거창하게 써야지!’가 아니라 블로그에 평소 내 생각과 느낌들을 기록하는 정도로. 한 번은 전자책을 써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중단했다. 책을 쓰기엔 너무 무지한 상태였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의 글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흥미를 잃었고 더 이상 이어나가기가 어려웠다.
그런 상태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고심을 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두려워도 용기를 가지고 원하는 방향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마주한 수많은 고충이 너무나 잘 와닿았달까. 나는 그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차올랐고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마치 한바탕 파도가 휩쓸고 난 뒤 고요해진 바다처럼.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삶과 기록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력했던 그 순간은, 내게 글쓰기를 배워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나의 작은 경험들과 별 볼일 없는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잘하고 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절로 들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통하고 싶은 마음
공유할 수 없어 어딘가 공허했던 마음을 채우기 위해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내 글이 공감받음으로써
나 또한 그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