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갔다가 퇴사하고 건강을 향해 살아보기로 하다.
퇴사 7개월 차,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다. 다행히 최근 재취업에 성공했고 이제 예비 직장인으로서 자유로운 백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더더더 놀고 싶은데. 남은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보내야만 할 것 같다고나 할까. 퇴사 후 지금까지의 나의 하루는 별 거 없다.
직장 다닐 때 맞춰 뒀던 오전 7시 알람은 여전히 매일 울리고 나는 늘 그 시간에 눈을 뜬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침대를 벗어나는 게 싫어 모닝 화장실을 최대한 미룬다. 그 상태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인스타그램으로 영양가 없는 피드를 내려보며 피식피식 웃곤 한다. 마치 방학을 맞이한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래도 유일하게 지켜내려 노력하는 하루 루틴 중 하나, 일어나서 고단백 두유 한 팩과 구운란 두 알을 먹고 헬스장을 가는 것.
작년 8월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과 식단을 통해 체지방 17킬로를 감량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두 번은 못할 것 같은 주 6~7일 운동.. 식단은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확실한 건 그때의 나는 목표가 뚜렷했고 아주 독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많이 느슨해졌지만 그럼에도 운동을 놓지 않는 큰 이유는, 운동을 통해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집순이로 유명한 내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하루라도 활발히 움직이지 않으면 몸에 좀이 쑤실 정도로 활동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자꾸만 뽈뽈거리며 밖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씩 등산을 하며 에너지를 얻곤 한다.
점심때쯤 헬스장에 가면 조금 더 여유롭다. 그래서 내가 하고픈 운동을 제약 없이 할 수 있고 가끔 트레이너 선생님과 파트너 운동도 할 때가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나의 헬짱 티처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웨이트를 끝내고 유산소는 가볍게 패스 후 헬스장을 나와서 근처 대형 마트로 발걸음을 향한다. 웨이트 시간 1시간, 유산소 1시간. 그렇다. 나는 유산소를 마트에서 하는 셈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종량제 봉투, 일명 쓰봉 안에 먹거리를 두둑이 사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와 냉동실에 쌓인 닭가슴살을 보며 최대한 맛있는 맛으로 신중히 고른다. 그다음 레인지에 돌린 후 그 사이 계란 후라이를 굽는다. 아주 영혼 없이. 그리고 야채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접시에 닭가슴살, 계란후라이, 쌀밥 130g을 대충 입에 욱여넣기 시작한다. 나의 근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씹고 삼킨다.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 그렇다고 꼭 식단만 고집하진 않고 먹고 싶은 건 다 먹는 편이다. 특히 ‘햄버거는 완벽한 탄단지니까 먹어도 돼~’ 하며 룰루랄라 포장 해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 좀 자제해야 할 것 같지만. 아 뭐 어때, 바디프로필을 찍을 것도 아니고 대회를 나갈 것도 아닌데.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부터 그래왔지만 먹는 스트레스는 최대한 안 받고 싶었고 정말 먹고 싶은 건 딱 적당량만 먹고 운동을 더 하자는 주의였다.
지치지 않고 운동과 식단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건 먹는 것에 너무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뭐든 숨구멍이 있어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듯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아닐까. 평생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만 먹으며 살기엔 삶이 너무 슬플 것 같단 말이지. 이번 다이어트를 통해 느낀 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나의 지난 1년간의 숨구멍은 ‘운동’이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 그리고 늘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에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시간들. 벗어나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쉽사리 결정할 순 없었다. 나는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고 퇴사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계획조차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이 ‘운동’이라는 걸 접하고 나서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작은 성취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용기와 힘을 얻었고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더 이상 나를 방치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용기 내어 퇴사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6년을 쉼 없이 달려왔기에 정말 쉬고 싶었고 나에 대한 재정비를 가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로지 ‘쉼’을 가지는 동안 내가 이때까지 성취와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사람들에게 건강의 가치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인류의 행복, 건강한 삶을 위해 내 방식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건강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회사로 가게 되었고 내가 원했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더 이상 내게 아무 의미 없는 ‘돈’만을 위한 단기적인 목표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재미없던 삶을 이제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설레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며 나 자신을 끊임없이 이해하고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 수많은 방황들이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사실 최근 한 달 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게 좀 찔리긴 한다. 이제 또 마음을 가다듬고 헬스장 출석과 함께 새로운 회사로 출근해야겠지? 그래도 확실한 건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내 하루하루, 언제나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