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因緣)
2019. 6. 3
정신없이 토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좌석에 앉아 있는데,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형님, 아내가 비행기 안에서 형님 봤다고 해서요. 토론토 공항에서 봐요."
10년 전, 신대원 입시를 준비하던 중 착하고 예의 바른 동생을 소개받았다.
사실 주석이와 함께 한 시간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좋은 인상 덕분이었는지
나에게 주석이는 항상 '좋은 동생'이었다.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사역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캐나다에 있지?"
주석이의 카톡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과의 찐~~~한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금세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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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치열했던 비행기 안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토론토 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을 환영해 준 건 소명 목사님이 아닌 바로 주석이었다.
(목사님은 잠시 딴 생각을 하셨는지 우리가 나오는 걸 못 보셨음)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길게 근황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지쳤기에
토론토에 있는 동안 한 번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참 희한한 건, 비록 친밀함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지만 외국에서 그렇게 아는 이를
만나게 되니 괜스레 더 반갑고 더 친밀하게 느껴지더라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의 중간쯤 주석이의 초대로 집에 방문해서 식사를 하고
함께 근처 호수에 가서 잠시지만 추억을 쌓아갔다.
사역에 지쳐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는 주석이의 말에
그럼에도 목회는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다짐에
그저 주석이와 그의 가족들이 낯선 이국의 땅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작은 일상의 삶에서 주님과 함께 하길 응원했다.
이전에 단 한 번도 주석이와 사적인 시간을 보낸 적이 없고
캐나다에서의 만남이 유일했지만, 단 한 번의 만남을 통해 우리 가족과 주석이 가족은
서로를 응원하고 언제고 다시 만나 추억을 함께 곱씹을 수 있는 인연이 되었다.
얼마나 오래 알았는지, 또 얼마나 시시콜콜하게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우리가 살아내는 그 순간의 삶에서 인도하심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귀 기울일 수 있고, 그 삶을 응원해 줄 수 있다면 그게 인연이 아니겠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수많은 삼촌과 이모들이 있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 기억 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것 하나는
비록 후에 삼촌과 이모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나는 그 순간에는 정말
집중해서 그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그것도 가능한 신나고 행복하게..
이미 와 아직의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삶의 태도가 아닐는지...
그분의 현존이 머무는 지금 이 순간, 가능한 신나고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