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여행' 아주 단순한 이 두 음절의 단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여행'의 뜻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그 뜻을 표현하자면 바로 '떠남'이다.
분주했던 일상에서 혹은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전혀 다른 일상으로 떠나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여행이 다 설레고 즐겁고 행복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또 꼭 그렇지마는 않다. 떠나는 것만으로 설레고 행복할 수 있지만 여행에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그 여행은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감사하게도 40년의 인생을 살며 꽤 여러 나라를 다녀볼 기회가 있었다.
떠나는 것만으로 신났던 일본 여행에서 그저 구경하기 바빴던 유럽 배낭여행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견문을 넓혔던 캐나다 어학연수, 그리고 오롯이 아내와의 시간에 집중했던 유럽여행
마지막으로 온전히 그리운 이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캐나다 여행
다녀온 여행 모두 소중한 기억들이지만 모든 여행이 특별한 추억이 되지는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여행의 의미를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고 할까!
이번 한 달간의 캐나다 여행에서 우리 가족이 계획한 것이라고는 '만나러 가자' 뿐이었다.
'캐나다'라는 나라보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그들' 때문에 가야만 했다. 혹 그들이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다면 아마 그곳으로 갔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보낸 4주간의 시간 동안 우리는 나름 타이트한 일정을 계획했다.
첫 주는 시차 적응, 둘째 주는 엄마 여행, 셋째 주는 아빠 여행, 마지막 주는 단체 여행(뉴욕).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 가족끼리만 시간을 보낸 건 다 합쳐야 2-3일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그 외,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가족과 그 가족이 함께 어울려 그저 평범함 일상의 삶을 공유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함께 살아내며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첫째 지온이가 어느 날 이렇게 물었다.
"아빠, 우리 가족이 몇 명이지?" 너무도 뜬금없는 이 질문에 나는 "우리 가족은 4명이지!"라고 답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나를 다그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아빠, 엄마, 지온이, 지율이, 삼촌, 이모, 오빠, 큰언니, 작은언니야"
아이의 대답에 나는 작은 감동을 머금고 다시 답해 주었다. "맞아! 우리 가족은 9명이야."라고...
(물론 나중에는 큰아빠, 큰엄마, 지유 언니 등등... 이렇게 대가족이 되었지만)
여행의 의미가 단순하게 '떠남'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저 떠났을 뿐인데 '가족'을 얻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고 힘이 되는
또 언제고 반드시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떠남의 설렘'에 머물러서 캐나다의 유명한 곳들을 다니는데 의미를 두었다면,
예상컨대 이런 관계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여행의 의미가 '사람'에게 있었기에,
목사님과 내가 또 사모님과 아내가, 아이들이 서로 그렇게 마음을 열고 함께 일상을 살아냈기에..
한 달의 시간 동안 서로 배려하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았기에
지금도 그 시간들을 회상하며 행복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