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여행 5.

벗이란

by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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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까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난 후 또다시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

나는 '벗'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고자 한다.

나이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 성격이나 가치관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 없어 보이는 사이인데,

결이 같아,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이건 비단 나와 목사님뿐 아니라 아내와 사모님과의 관계도 그러하다


사실 우리 가정이 캐나다를 가는 일은 굉장히 무리를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어느 정도 벌이 없이 쉼의 시간을 계획했던 터라, 여윳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직금이 통장에 꽂히는 순간, 나는 어느새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었고

아내의 동의와 함께 결제를 하고 있었다.


어떤 고민이나 주저함도 없이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용감함을 넘어 무모한 것 같은 이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항상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던 사이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만난 우리는, 일반적이지 않은 좀 색다른 계획을 짰다.

보통 가족단위로 여행을 가면, 가족이 함께 이동을 하거나, 아이들을 맡기고 부부가 이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 여행', 그리고 '아빠 여행'이라는 테마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

어쩌면 캐나다에서의 한 달 동안 아내와 보낸 시간보다 목사님과 보낸 시간이 더 길지도 모르겠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서로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또 서로에게 존재하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판단하지 않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고 챙겨 주고 싶은 마음

시차와 피곤함을 이겨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귀하디 귀한 돈과 시간도, 함께 함이란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마음

그 마음들이 서로의 삶에 깊이 새겨진 것이다.


나는 목사님과 1박 2일 나이아가라 여행을 떠났다.

좀 더 길게, 멀리 갈 수도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내 마음이 외치고 있었다.

목사님과의 1박 2일은 특별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자연스레 사진을 찍고, 함께 밥을 먹고

시답지 않은 농담에 낄낄거리고, 피곤함에 별다른 이야기 없이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함께 걸으며 나누었던 대화들이, 스쳐 지나갔던 풍경들이, 치약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가다가 본 나이아가라의 야경이, 서로에게 특별함을 넘어선 관계의 견고함을 더해 주었다.

그거면 됐지, 충분하다.


문득 이 글을 쓰는데 시 한 편이 떠올랐다.





함석헌 -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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