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경험(?!)
나의 농구 사랑은 세계 어디를 가든지 변함이 없다.
토론토에 도착하자마자 장을 보며 구입한 것이 '농구공'일 만큼 말이다.
'복음 다음 농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농구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토론토에 머무는 한 달 동안 축구 인생 이민음군을 농구의 세계로 이끌 정도였으니..
사실 토론토로 떠나기 전, 나의 관심은 온통 토론토 랩터스(토론토 프로농구 구단)의 경기 결과에 쏠려 있었다.
랩터스 역사상 처음으로 NBA 파이널에 올라간 역사적인 시즌에, 만약 내가 비행기를 타기 전에 파이널 7전 4선승 경기에서 단 한 경기만이라도 이긴다면, 내가 토론토에 머무는 동안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농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농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NBA 파이널을 볼 수 있다는 건 평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헉! 그런데...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토론토 랩터스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NBA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토론토의 우승은 나에게도 특별했지만, 무엇보다 토론토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특별한 일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거리에서 또 집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랩터스의 구호를 외쳤다. 마치 2002년 월드컵처럼 말이다.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나라, 물론 어느 종목보다 이들은 아이스하키를 사랑하지만 우승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기에, 랩터스의 전미 통합 우승은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명예와 함께 캐나다와 토론토를
세계에 알리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되었다.
며칠 뒤, 토론토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우리 가족끼리만 토론토 시내 구경을 나갔다.
CN 타워도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지만, 이날은 특별히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 퍼레이드가 있었기에
그 축제의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그렇게 시내로 나갔다.
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전경으로 군 복무를 하던 때라,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서울 광화문으로 혼잡경비를
나갔었다. 그때도 정말 엄청난 인파가 거리에 몰려 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 날 역시도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듣기로 300만의 토론토 인구 중 150만이 나왔다는)
농구 리그에서 우승했다고 인구의 절반이 나오는 이 클라스(?)...
아마 토론토가 다시 우승을 하는 일은 자신들의 생에 다시 볼 수 없으리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인파가 모여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축제의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우리 가족 역시도 이 특별한 순간을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함께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긴 시간을 거리에서 머물러야 했기에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서
퍼레이드 차량이 지나가자마자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토론토의 가장 큰 쇼핑몰인 이튼 센터로 이동을 했다.
CN 타워와 함께 토론토를 여행하며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이튼 센터.
우리는 이곳에서 랩터스의 우승 퍼레이드보다 훨씬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퍼레이드 때문에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우리는 이튼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푸드 코드로 향했다.
지하 푸드코드 중 '고려'라는 한식당에서 음식을 받아들고 몇 숟가락을 먹던 즈음에,
느닷없이 왼편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반대편으로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이었다.
몇 초 사이에 푸드코트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우리도 영문도 모른 채 황급히 테이블 아래로 숨어야 했다.
테이블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동안 내 머릿속은 '총 이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을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보낸 후에 다행히 경비원과 경찰이 차례로 내려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안내를 해 주었다. 그런데 지하에서 올라와 1층에 도착한 순간,
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숨을 곳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다행히 사람들을 숨겨주는 상점이 있어 그곳 창고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경찰들의 등장을 확인한 후에 이튼 센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중에 뉴스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퍼레이드의 종착지인 광장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튼 센터에서는 흉기 난동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군대가 아닌 곳에서 총과 관련된 어떤 일들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토론토 사람들은 트라우마처럼 총기 사고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튼 센터 밖에서는 그 긴장감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전한 곳까지 부지런히 이동했다. 그리고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껴졌을 때,
아내와 나는 우리가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아이가 그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울거나 칭얼거리지 않고 잘 따라와 주었다는 것이다.
굳이 '만약'이라는 상황을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이 일로 캐나다와 토론토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와 확실하게 다른 면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우리나라가 얼마나 안전한 곳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토론토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나선 우리 가족은 이 날, 평생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확실히 이번 토론토 여행이 특별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