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화나게 하는 작품들
어떤 작품을 보면 나는 화가 난다. 휘리릭 일순간 싸지른 작품을 천연덕스럽게 떡 하니 작품이라고 내놓을 때 나는 거의 그러하다. 너무 뻔뻔스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부아가 치밀지만, 작품과 작가에게 큰 권위가 부여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위당했다고 판단이 될 때는 나 혼자만의 반항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만 의심이 많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피곤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작품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작품에 대한 솔직한 소감이나 느낌을 표출하기 어려운, 웬만해서는 그냥 인정하고 함께 감탄하는 것이 가장 무탈한 처세가 되는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다.
작품에 꼭 시간을 많이 들이고 정성을 들여서 제작해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것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당위적 발상은 얼마나 독선적이고 폭력적인가? 무겁고 진지하게 작업을 하든 가볍고 속도감 있게 작업을 하든 작가 각자의 선택이고 자유이다.
휘갈겨 마침표를 찍은 작품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모든 사람들이 그 작품을 비웃고 비난한다면 오히려 내가 맞서서 항변할 것 같다. 뻔뻔스럽고 능청스런 이 작품의 매력이 있지 않느냐고, 그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며 그렇게 막 대우당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을 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로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대단한 작품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너무 과대평가하고 뽕을 잔뜩 집어넣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엄숙한 표정과 자세로 그 작품에 더욱 거품을 잔뜩 주입하고 있는 작가의 태도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에게 위선과 근엄한 척하는 껍데기를 벗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 비위에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 또한 독선적이고 폭력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보호본능과 방어기제에 의해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 작가의 삶과 작업 방식일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자기 합리화를 위해 그러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감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자유는 좀 보장이 되고 눈치가 보이지 않도록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의도는 자유롭게 상상하라는 것인데, 엄청난 작품 가격과 작가의 권위 그리고 유명 미술관이나 대형 갤러리의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려 반강제적으로 상상을 당하거나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면 뭐라도 생각이 난 것처럼 해야 할 판이다.
작품은 각자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누군가나 무엇인가가 과소평가받고 무시받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너무 과대평가되거나 어떤 종교의 힘처럼 분수에 넘치는 힘을 갖게 되고 지나친 평가를 받는 것도 나는 반대이다.
그런데 그것은 누가 평가하는 것인가?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내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그것의 평가 위치에 내 의견을 반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오만과 독선은 아닐까? ‘내가 뭐라고…’ 그 지점이 사람들이 자기의 기준과 목소리를 세우지 못하고 겸손하게 사회의 기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지점일 것이다. 개인이 압도적 힘인 거대한 사회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이다.
모두가 각자의 평가 의견을 내고, 각자의 의견이 n분의 1만큼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내 바람과 결과가 다르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소수의 힘을 가진 이들에 의해 결정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주입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권위에 짓눌려서 눈치 봐가면서 억지 감동과 억지 해석을 찾으려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붓는 것 같다.
내가 보는 모습이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분명히 내 눈에는 보인다. 나는 부정적인 시선과 피해의식으로 헛것을 보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나는 세상에 불만이 많은 투덜이 스머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