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연기가 중요하다

by 김경섭

진짜인 것처럼 확신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우주의 논리를 갖다 붙이고 번드르르한 말로 시치미를 뚝 떼고 거품 같은 말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많다. 거기서 진짜로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대개 시간 낭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마음과 태도를 굳히지 못하고, ‘혹시라도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노력해 보면 내 편견도 누그러지고 정말로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내게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미간에 힘을 주고 집중해 본다.


그러다가 또 부아가 치민다. 저 사람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무리 골몰해 봐야 결국은 정답을 알 수가 없는 것이고, 그냥 나와는 안 맞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와의 관계만 정립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정답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에 욕심을 부리고 포기하지를 못한다.


만약에 내가 어떤 확신을 얻는다고 해도, 내 생각이 그렇다고 내가 우긴다고 그것이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확신 또한 잘못짚은 편견일 수도 있다.


작품의 정체는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무언가 깊은 것이 있는데 내가 깊이가 얕아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작품이 그저 거품 같은 말장난 같은 것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수도 있고, 두 가지 다일 수도 있고, 둘 사이에 어딘가 일수도 있다. 답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저것이 진짜인지 사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고 정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 하나는 알 수 있다. 다른 누군가가 명백한 사기를 친다고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끝까지 시치미를 뗀다면 사기라는 것을 완벽하게 밝혀낼 수가 없기에, 그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주장한다면 통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어떤 패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자신이 있는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지만, 개패라 해도 그가 타짜라면 이긴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그린 가짜 그림을 가지고 적당한 논리를 만들어서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면 분명히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그런 내용의 몰래카메라도 많다. 감동하고 칭찬하는 사람들과 이걸 왜 이해 못 하느냐고 무식하다고 경멸하는 듯한 사람들이, 진짜 그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의 반응과 비슷한 비율로 나온다.


그렇다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치 않게 된다.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고 진짜인 것처럼 확신 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 해도 그것을 믿고 감탄하는 사람과 그런 척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현대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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