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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Nov 04. 2020

아직 방황기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제현주 <일하는 마음>

너는 언제부터 다시 일할 거야?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을 건넨다. 처음은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냥 인사치레처럼 받아들이고 다. 굳이 이 사람들에게 보고하듯이 말할 필요도 없고, 설사 말한다 해도 기억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저 '좀 쉬다 일할 거예요~'라며 얼버무리는 게 최선이다. 물론 평생 백수로 눌러앉겠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지금은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철 모르던 20대 초반 했던 실수를 복기하는 중이랄까.


나의 일과는 간단하다. 규칙은 단 하나. 스스로 정한 루틴에 맞춰 책임을 다해 하루를 보내는 것. 이것이 주어진 과업이다. 일이라 하기도 애매모호한.



이번에 글로 풀어낼 책은 <일하는 마음>이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자기 계발 커뮤니티 디자이너께서 추천 책이다. 내용은 일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과 저자 나름대로의 답으로 구성되어있다. 20여 년간 저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대학생 티가 역력한 사회초년생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 때는 나름 공부도 잘했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무용지물이었다. 대학 때 받은 높은 학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점심시간 때 그저 '오~ 공부 꽤 잘했네~'류의 짧은 칭찬이 그나마 4년 동안 헛고생한 게 아니라는 걸 상기시킨다.


사회생활은 아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스스로 묻고 깨달으며 알아서 찾아나가야 한다. 인생 선배의 조언도 구하고 일과 관련된 책을 직접 찾아 읽어야 한다.


졸업 후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뛰어든 나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그냥 부딪치고 선배한테 묻고 피드백을 구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가장 막내였던 터라 온갖 조언을 다 받아내야만 했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젊었을 때 즐겨라, 공부 더 열심히 해라, 학벌이 중요하다 등등' 원치 않아도 억지로 웃으며 들어야만 했다.


여러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4년간의 학원강사 생활을 접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무섭고 불안했지만, 이 공백 기간을 '주도적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시기로 만들어보려 결심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금방 중심을 잡고 다시 일상을 이어나간다.


일에서 멀어지고서야 비로소 그 일을 둘러싼 맥락과, 그 안에서 교차하는 나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이해와 욕망이, 그리고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덕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p.29


아직 나는 <일하는 마음>에서 말하는 '방황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마음 중심은 잡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당장 돈부터 벌어야지!'라며 핀잔을 주겠지만 어쩌겠나, 내가 아직 일할 준비가 안됐다는데. 이렇게 준비 안된 내 모습을 보는 나는 오죽하겠나. 나도 얼른 자리 잡고 어엿한 어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또다시 일하러 가면 20대 초중반에 했던 실수를 또 할게 분명하다.





<일하는 마음>은 직장인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일이 사라지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라는 질문도 따라올 것 같다.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낸 일에 관한 철학을 곱씹어보며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파악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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