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생 디자이너입니다

빌 버넷. 데이브 에번스 <디자인 유어 라이프>

by Lana H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다.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디자인은 전문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을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그림을 잘 못 그려도 좋다. 인생 디자인은 완벽한 그림 같은 건 필요 없다. 전문가 포스가 느껴지는 디자인 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 종이와 펜만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다. 단, 디자인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직접 인생 디자인한 흔적들. 실천없는 글쓰기가 되지 않기 위해 증거자료로 제시한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11월 키워드가 '영감'이다. 영감을 줄 만한 적절한 책을 찾다 글쓰기 커뮤니티 디자이너께서 추천하신 <디자인 유어 라이프>가 떠올라 읽기로 했다. 꽤 재밌었다. 계획을 세우는 방법만을 제시하는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독자가 생각할만한 거리를 제공해준다. 워크북처럼 직접 행동 계획을 세워볼 수 있고, 그림도 그린다. 이전에 읽은 <베스트 셀프>랑 비슷한 느낌이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가 있었다.


1. 디자이너는 문제를 사랑한다


물이 새고 있는 수영장을 손으로 막는 것처럼 사람들은 문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힘을 주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문제는 흘려보내고 이 가운데 해결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다. 비록 문제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고통스러워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진 않는다. 대신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문제 안에서 유유히 헤엄칠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게 될지를 알기 전까지는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받아들여라. 수렁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라. 그리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수렁에서 탈출하라. p.124


2. 인생은 색칠공부가 아니라 추상화다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있을 거라 착각한다. '이걸 선택하면 더 나은 삶이 펼쳐지겠지, 이런 방법을 쓰면 앞으로 꽃길만 걷겠지'생각하며 답을 찾으려 끊임없이 애쓴다. 그러나 인생은 야속하게도 정답이 없다. 단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명심하자. 완벽한 삶 같은 건 없다. 삶은 워낙 불확실하기에 언제든 인생 방향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중간에 영 아니다 싶을 정도면 바꿔도 된다. 고정 수입원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방향은 과감히 포기해도 좋다.

우리 안에는 진정성 있고 흥미로우며 생산적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삶을 살아낼 충분한 에너지와 재능 그리고 관심이 살아 숨 쉰다. 어떤 삶이 최선이냐는 질문은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손과 발 중에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이 나을지 묻는 셈이다. p.153


3. 때로는 이성보다 감성을 따르자


새해 계획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야 할 것 같은 일로 계획을 세운다.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고 일단 여러 계획으로 중무장한다. '어떤 사람이 독서해서 인생 바뀌었대!'라는 소식을 들으면 자신도 독서 50권 읽기 목표를 세우고, '저 사람은 1년 만에 중국어 마스터했대!'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똑같이 중국어 마스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모두 가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의 무의식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직관이라는 형태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적절한 방향을 가르쳐준다.

좋은 결정을 하려면 대안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직감적 반응을 잘 이해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뇌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명심하라. '더 많은 정보가 꼭 필요해!'라고 반응한다. 이제는 그것이 우리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반응임을 이해할 수 있다. p.253

감정적, 직관적, 정신적인 지식 습득의 특성은 대개 예민하고 조용하며 수줍음이 많다. (...) 가장 깊은 지혜에 도달하는 과정은 느리고 조용하다. p.255




<디자인 유어 라이프>는 주말 혹은 휴일에 날 잡고 읽기 좋은 책이다. 개인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현생'에 치여 스스로가 괜찮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때 읽어볼 만하다.


이걸 한다고 당장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의 방향을 디자인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 본다.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깊게 심호흡하며 차분히 자신만의 나침반을 그려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