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버려도 버려도 또 버릴게 나오니

Day.22

by Lana H


혼자 살 때 사실 물건을 싹 다 정리했다. 안 입는 싸구려 옷, 영원히 안 볼 대학원 자료, 낡은 주방도구, 다 썩어가는 반찬을 버렸다. 물건을 다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청소하기가 편했다.


아주 쾌적한 환경에 살다 본가로 들어오게 되었다. 맙소사. 여기에 또 버릴 물건이 남아있었다. 아주 어릴 적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 대학 때 강매당해서 산 책, 낡은 자료 등 불필요한 물건이 엄청 많았다. 내가 버리려고 박스를 꺼내 분리수거를 하자 부모님은 역정을 내며 말리셨다. 다 쓸데가 있다며, 물건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라며 잔소리를 하셨다. 나는 앞에선 부모님 말씀을 듣는 척하고 집에 안 계신 틈을 타 대청소를 했다.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 기분이었다.


무엇을 또 버려야 할까 고민하던 중 책장 구석을 봤고, 대학교 전공 서적과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은 영영사전이 들어왔다. 왜 이걸 갖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정보는 계속 업데이트되는데 굳이 낡은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할까는 의문이 들었다. 아쉽게도 오늘 종이류 수거일이 아니라 당장 못 치우는 게 진짜 진짜 아쉽다. 이번 주 일요일에 싹 버려야지....! 이 애물단지들!!!


매거진의 이전글더 비워야 할 6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