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공부 안 하고 책 읽었구나
Day.23
책을 좀 더 정리했다. 책장 가장 구석진 곳에 안 읽는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오늘 아침 정리하면서 대충 눈으로 쓱 훑어봤다. 책을 구입할 당시에는 내용이 좋아서 산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어보니 왜 이런 책을 돈 주고 샀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만큼 내가 성장하거나 가치관이 바뀐 걸 수도 있겠다.
당시 첫 페이지에 책을 구입한 날짜를 적었다. 한 책을 펴보니 2011년 10월 20일, 내가 고3이었던 때였다. 10월이면 수능 치기 한 달 전인데 이때 공부 안 하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더 이상 공부할 가망이 보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 성적은 4-5등급. 딱 중간이었다. 차라리 공부를 아예 못했더라면 진작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했을 것이다. 애매한 내 성적은 끊임없이 희망고문을 주었고 그 속에서 나는 '열심히 하면 공부 잘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수능 공부가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그해 수능은 똑같이 4-5등급이었다. 허탈했다.
책을 정리하면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 책을 고르는 안목은 부실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나름대로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의 추억이 담긴 책은 분리수거함에 버려지거나 중고 책방에 팔릴 것이다. 잘 가 나의 소중한 추억들아. 지금 나는 내면까지 어른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책을 읽을게!
현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묵은 짐, 2011년 읽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