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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n 03. 2021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착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연결보다 단절. 알고리즘이 만든 세계가 진짜라고 믿는다. 호도당하고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만큼 우리는 더 쉽게, 더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환경 가운데 살고 있다. 초창기 인터넷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해 줄 거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인해 우리의 이해 폭은 점차 줄어들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을 본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탈인간화' 시키기까지 한다.


이런 경향을 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한 존재가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기적이고 탐욕으로 뒤범벅된 인격, 패거리를 만들어 무고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잔인함, 평화보다는 전쟁을 선호하는 게 인간의 기본 속성과 가깝다고 본다. 대부분 우리는 선보다 악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당연시한다. 그러나 <휴먼카인드>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바로 '본디 인간은 선하다'이다. 내용을 살펴보자.


우리의 먼 조상들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으며, 개인을 우상화하는 일은 드물었다. (...) 세계 모든 곳의 수렵- 채집인들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다른 모든 동물, 식물, 그리고 대지와 연결된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고 보았다. 아마 그들은 인간의 조건을 오늘날 우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 p.118


수렵-채집 시대에는 갈등으로 얼룩진 지금과 달랐다. 차별, 이기심, 고립, 단절과 같은 개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사유재산에 따른 계급제도도 존재하지 않았다. 떠돌이 시절 인류는 공동체를 중요시했고, 함께 모든 것을 나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도 없었다. 잠깐 지도자가 생겨도 역할이 끝나면 다시 부족 구성원으로 돌아와 하던 일을 했다.

그러나 1만 년 전 농업 중심의 정착민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현상이 생겼다. 갈등,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농업혁명은 사기다' '표현을 한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안정되고 풍요로움을 안겨줄 것 같은 정착민 생활은 지금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더 많은 연대, 더 많은 상호 친절을 낳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다양한 집단의 친구를 가진 개인은 낯선 이에 대해 더 관대하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 당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 우리 모두가 다르다는 사실이 아무런 문제가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거기에 잘못된 것은 없다. 우리가 튼튼한 기반 위에 우리의 정체성을 위한 강력한 집을 짓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p.480-485


우리는 더 많이 교감하고 더 많이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인다. 갈등의 중심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책에 언급된 세계 1차 대전, 홀로코스트, 남아프리카 인종차별정책까지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은 결과는 처참했다. <휴먼카인드>에 따르면, 사람은 서로를 도와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숨겨져 있다. 단, 오해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는 고작 9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동포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먼 곳에서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포럼을 통해 몇 번이고 서로를 향해 쏘아대고 있다. 두려움, 무지, 의심, 고정관념을 지침으로 삼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일반화한다. p.490




정리하겠다. <휴먼카인드> 솔직히 지루했다. 역사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 거부감은 없었지만, 중간에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슷한 맥락인 <사피엔스>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런가, 상대적으로 <휴먼카인드>는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엄청 악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혼자 방구석에서 SNS만 보지 말고, 밖에 나가 공기도 쐬고 사람도 만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리고 편견을 줄일 방법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까지 알았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의 참호 속에 몸을 숨기면 현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 (...) 사람들이 원래 친절하게 태어났다고 믿는 것은 감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화와 용서를 믿는 것은 용감하고 현실적이다.


<참고도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06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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