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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n 12. 2021

신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인간이 만든 '혁신적 기술'

케빈 데이비스 <유전자 임팩트>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 아마도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사피엔스> p.581


1000년 전쯤 전이었다면 진화하는 데 수백 년이 걸렸을 주요 혁신이 지금은 30년밖에 안 걸릴 수도 있다. 머지않아 25년, 이어서 20년, 그다음에는 17년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 분명하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팽창하기를 고집한다면 시시포스(업보를 짊어질 운명에 처한 그리스 신화 인물)처럼 그렇게 혁신을 계속할 것이다. <스케일> p.585



우리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100년 전, 아니 50년 전 상상하지도 못한 물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는 없어선 안될 도구가 되었고, 자동화 시스템은 힘든 노동을 대체할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제 더 이상 감기, 설사 같은 후진국형 질병에 쉽게 죽지 않게 되었다. '복잡성' '무작위성' 중심이던 자연 질서를 직접 다스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암, 알츠하이머, 우울증, 트라우마, 선천성 기형 등 불치병으로 알려진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번 서평으로 남길 책 <유전자 임팩트>'유전자 편집'에 그 해답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바로 '크리스퍼', 한국어로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기술이 불치병을 고칠 희망을 제시한다. <유전자 임팩트>에 소개된 크리스퍼의 뜻은 다음과 같다.


DNA의 거의 모든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 과학자가 아닌 사람도 유전체 편집 기술을 활용해 유전 암호를 고칠 수 있다.


크리스퍼는 "용도가 굉장히 많은 기술"이라 일컫는다. 인간이 "신" 노릇 하게 만든다고 한다. 사용 범위는 넓다. 바이러스, 세균, 식물, 벌레, 물고기, 개 원숭이, 인간까지 모든 생물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크리스퍼 기술은 불완전하다. 사람의 유전자를 이루는 유전자 수는 30억 개다. 여기서 유전병 예방, 혹은 신체적 기능 강화 목적으로 유전자 하나만 고친다 해도 어떤 돌연변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유전자> 저자인 싯다르타 무커지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기술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DNA가 그저 유전 암호일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윤리적 암호라는 점이다. 이 기술로 우리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 도구를 갖게 된 현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p.30


크리스퍼 기술에 관해 여전히 논란이 많다.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인간병기, 신종 전염병, 식량난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실판 '캡틴 아메리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크리스퍼로 우수한 인간을 만들게 된다면, 아마 그렇지 못한 인간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아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 지금까지 약 15만 종의 세균 유전체 염기서열이 완료됐지만, 방어 시스템이 파악된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의 신조이자 10 억년 간 계속 발전하고 진화해 온 미생물의 염기서열에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다. p.202


과연 수십억 년간 이뤄진 '자연선택'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인간의 '입맛'대로 생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자연을 거스르는 시도는 유토피아를 선사할까,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선사할까? 명확한 답을 내리기 곤란한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한 덕에 '천벌'로 여겼던 질병을 정복했고, '운명대로 살아야 할' 생활환경이 개선되었다. 크리스퍼 기술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와 같다.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도전 사이를 저울질 하는 거라 본다.


크리스퍼는 사회가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디로 향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p.642




<유전자 임팩트>, 유전자 편집 기술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내용에 빗대어 본다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흡사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아직 개선할 부분은 많지만 지금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글쎄, 유전공학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일단 나는 700여 쪽 되는 관심 밖 분야 책을 '완독' 했다는 데 의의를 두려 한다. <유전자 임팩트>가 당장 이익을 주진 않겠지만, 언젠가 유전자 관련 대화에 껴들 때(?) 말이라도 하나 거들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발하라리-


<참고도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68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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