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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l 01. 2020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피곤한 이유

쉴 땐 제대로 쉽시다

영어시험도 다 쳤겠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엑셀을 배워보고자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작년에 학원강사를 할 때 만들어놓은 내일배움카드 덕분에 국비지원을 받으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도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대학 학과도 (음악과 피아노 전공..) 일을 했던 분야도 컴퓨터와는 꽤 거리가 멀었다. 요즘 엑셀 수업받는 동안 선생님이 설명하면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알겠는데, 막상 혼자 하려니 하나도 모르겠다. 아웃풋 없는 인풋 공부의 폐해를 몸소 느끼고 있다.


어쨌든, 컴퓨터 학원도 다니고 이리저리 밖을 돌아다니면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스마트폰에 빨려 들어가듯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손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게임과 자신이 물아일체가 되는 광경을 본다. 그렇게 몰두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보면 거북이가 따로 없다.


인간 거북이

현대인들은 만성피로를 달고 산다. 항상 수면부족, 불면증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 바쁜 일상이 주된 원인이라지만, 내가 생각하는 원인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라 생각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조용히 쉴 생각은 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나오는 다채로운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고, 여러 SNS를 들락날락거린다. 쉴 때 쉬지 않고 계속 뇌와 눈을 혹사시킨다. 나도 그랬고.



그러면 이 글을 쓰는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속세를 떠난 '도인'인가?

 

전혀 아니다.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다. SNS 계정도 있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단, 집중이 필요할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작년 말까지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충분한 공부, 휴식시간을 갖지 않았다. 그때랑 비교하면 요즘은 덜 사용하고 있다. 강한 의지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인 게 아니다. 시행착오 끝에 얻은 나만의 환경설정 덕분이다. 습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겨우 익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에센셜리즘>이다.


나는 집중해야 할 순간에 포커스 앱이라는 타이머 어플을 사용하고 동시에 비행기 모드를 설정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책장 구석으로 밀어넣는다. 모든 알람과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경험해보니 전화는 지금 당장 필요한 용건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했지만 금세 적응되었다. 집중도 잘 되고.


예전의 나 또한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요즘은 쉬고 싶을 때 그냥 쪽잠을 자거나 커피와 견과류를 먹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가끔 멍때리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없애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라고 재촉하는 의도로 쓰는 글은 절때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늘 피곤한 삶을 사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은가? 나라면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쉴 때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파란 하늘을 보거나 길가의 잡초라도 보자. 스마트폰이 줄 수 없는 정신적 평안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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