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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Jun 27. 2020

20년만에 잃어버린 친적을 찾았다

전화가 울렸다.


"어-엄마 왜 전화했어?"


"너의 고모 왔다. 요즘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다."


"?? 고모? 누구?"


"네가 어릴 때 집에 왔었잖아. 기억 안 나?"


"뭐가? 난 모르겠는데?"


내게 숨겨진 친척이 있었다. 어렴풋이 고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미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지 20년이 넘었고 아버지와 고모 사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고모가 부모님 집에 계다는 거였다.


"엄마, 고모 미국에 이민 가신 거 아니야? 왜 우리 집에 있어?"


"몸이 안 좋아지셔서 한국에 들어왔다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락이 됐네? 미국에 오래 사셔서 그런가 뭐라 뭐라 영어를 섞으며 말하시는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고모를 뵙고 싶었다. 내 친척 중에 외국에 사는 분이 계시다니 믿기지 않았다. 어릴 때 몇몇 친구들이 외국 친척집에 갔다 온 걸 침이 튀기도록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비행기 타봤다며..!). 샘이 많은 나는 '왜 우리 집엔 외국에 사는 친척이 없어? 나도 그런 친척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다 크고 나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인생이란 아이러니하다.


어제 우리 가족과 고모와 식사를 하고 부모님은 잠시 볼 일이 있어 먼저 가시고, 고모와 나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동안 스타벅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자의 삶, 한국말을 하기 싫어하는 얼굴 한번 못본 사촌들, 미국 문화, 여행 등등... 만나지 못한 세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역시 아메리칸 마인드라고, 결혼하기 전에 많은 경험을 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구글맵에 미국집 주소를 저장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부모님은 고모를 모시러 왔고, 아쉬운 만남을 뒤로한 채 고모는 부모님의 집으로, 나는 내 일과를 하러 갔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고, 평생 못 볼 줄 알았던 고모를 만나게 돼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고모가 미국에 놀러 오라고 했는데, 갈 수는 있을까? 코로나가 물러가고 돈만 충분하다면 혼자라도 갈 수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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