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만들었을까?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by Lana H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2019년 5월이었다. 당시 독서하면 삶이 달라질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답을 찾아보고자 <사피엔스>를 읽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어 어디에 밑줄을 그어야 할지, 어떤 흐름으로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책 읽었다는 기록은 남기고 싶어 어설픈 서평도 쓴 기억이 난다.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사피엔스>를 다시 읽었다. 그동안 다양한 독서로 배경지식을 튼튼히 쌓은 덕분에 꽤 수월하게 읽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화론적 관점이 아닌 저자 유발 하라리의 관점에서 인류 역사를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인류가 유인원에서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로 화했다고 배웠지만, 이 책에서는 문명이 발달하기 전 당시 여러 종류의 인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중 왜 사피엔스가 지구를 접수했는지, 왜 다른 종은 그러지 못했는지 농업혁명, 인지 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 신이 된 동물 순으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왜 사피엔스는 신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을까?



언어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만의 정교한 언어 덕분에 신체적으로 강했던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수렵채집 시절 사피엔스는 그저 나약한 동물 중 하나였다. 자연에서 딱히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사피엔스가 가지고 있던 언어라는 무기는 그들을 하나가 되게 만들었고,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냈다. 그로 인해 사피엔스가 상위 포식자로 거듭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p.41



상상력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수렵채집 시절 인류는 부족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 동물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인류의 존재를 알리는 기념비를 세웠다. 문명이 발달하고 국가가 생긴 후 인간은 법규를 만들고 고유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불어 평민, 귀족, 왕이라는 신분제도를 탄생시켰다. 지금과 비교하면 허술하고 불완전했지만 인류는 상상력을 동원해 현대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체제의 근간을 만들었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중략) 현대 국가, 중세 교회, 고대 도시, 원시부족 모두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 만들었다(중략) 인류가 공유하는 상상 밖에서는 우주의 신도, 국가도, 돈도, 인권도, 법도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p. 48-59


인간의 본능이 늘 그렇듯 달팽이처럼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 상에서 유래 없이 거대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p.115

평등이나 위계질서 같은 보편적이고 변치 않는 정의의 원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상상했지만, 그런 보편적 원리가 존재하는 장소는 오직 한 곳, 사피엔스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들이 지어내어 서로 들려주는 신화 속뿐이다. 이런 원리들에 객관적 타당성은 없다. p.163


상상의 질서 특징 3가지



우리 조상들이 만든 상상 속 질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라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사소한 결정은 상상의 질서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물건 구입과 같은 작은 결정부터 법안을 만드는 중대한 결정까지 모두 상상 속 허구에 존재한다고 언급한다.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우리 마음속에서만 존재하지만, 우리 주변의 물질적인 실재 세계 속에 짜 넣어질 수 있다.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 욕망이라고 여기는 것들조차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고대 이집트 소망: 멋진 무덤 건축, 현대인 소망 : 세계일주)

3.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 상상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면,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에게 나와 협력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법, 돈, 신, 국가, 회사) p.175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p.177





언어와 상상력 덕분에 인류는 자연의 꼭대기에 앉게 되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사회적 체계, 정교한 기술 아래 살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지금 현재야말로 인류가 가장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라고 일컫는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체계적인 의료시스템과 정밀한 사회 안전망 덕분에 과거 인류보다는 피해를 덜 본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30-40세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피엔스> 마지막 장은 흥미롭지만 소름 끼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신이 된 동물. 이제 인간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죽음과 정면으로 맞서려 한다. 이제 더 이상 상상 속 신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종교는 낡은 관습이 되었고, 최신 기술이 종교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어떻게 될까? 신이 될 것인가? 자연이 주는 새로운 대재앙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인가?



<책 링크>

<1년전 사피엔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