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흑인, 황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임 안사리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by Lana H

흔히 인종은 백인, 흑인, 황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은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이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나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를 보면 현재 통용되는 인종 개념은 애초에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대 국가에서는 얼굴색을 기준으로 한 인종 개념이 없었다. 대신 부족명 또는 민족명으로 그 사람의 소속을 구분했다.(반투족, 한족, 아리아인, 시리아인, 로마인 등) 전쟁에 이기면 우수한 민족이었고, 전쟁에 패배하면 미개한 민족취급을 당했다. 그런 민족을 노예로 삼는 일은 흔했다. 고대 세계는 정복하며 제국을 만들고, 승리자가 패배자를 다스리는 그런 구조였다.


그렇다면 지금 통용되는 인종 개념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유럽을 하나로 묶은 십자군 운동


십자군 운동은 1095-1272년까지 총 9번의 군사활동을 뜻한다.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이슬람 종교에 빼앗긴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 당시 유럽의 사고방식은 기독교가 절대 진리였고, 기타 종교는 모두 이교도로 취급했다. 당시 유럽사회는 십자군 운동의 정당화를 위해 유럽인이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이교도를 처단하는 일은 고귀하다고 여겼다.


유럽인들이 적들을 하나의 호칭으로 묶어 부를 데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단일한 호칭은 획일적인 타자 개념을 구성하는 데 일조했다.(중략) 이렇듯 십자군 운동은 유럽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중략) 15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서유럽인 들은 이분법적인 십자군 운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이 세상에는 기독교 왕국이 있었고, 또 타자가 았었다. 기독교를 신봉하는 모든 왕의 가장 고귀한 과업은 타자를 물리치는 것이었다. p.295-298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 되다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그들은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미지의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강한 소명의식에 사로잡혔다. 또한 과학을 이용해 기술을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당시 유럽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신대륙을 탐혐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아 자원을 약탈하고, 아프리카 대륙을 지배해 부족민들을 노예로 만들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우월한 문명을 미개한 종족에게 전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취했다. 유럽은 그렇게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유럽 출신 이주민들은 서둘러 '황야'를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문명화된 농토'로 바꿨다. 원주민들은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살아있는 땅을 이주민들이 망치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했다. 섞물리기(두 문화가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는 쉽지 않았다. p.381
인종차별주의가 다리를 놓았다. 인종에 근거한 노예무역은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식민지라는 지하실에 갇힌 괴물이었다. 지하실 위에서 잔치를 벌이는 사람들은 희미하게 들리는 울부짖음을 무시한 채 만찬을 즐기려고 한껏 애썼다. p.382


유럽인의 우수성을 정당화하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종 이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럽인의 다수를 차지했던 백인은 우월하고 그 외 인종은 열등하다는 관념을 사실로 짜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백인은 문명인 그 외 인종은 야만인으로 취급하며 마땅히 문명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들은 유색인종의 고유한 언어, 문화, 신념을 인종 이론을 들먹이며 파괴했고, 오직 백인으로 구성된 유럽인만이 그들에게 숭고한 자유를 선사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19세기 서양의 지식인들은 인종을 이른바 과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종 이론가들은 피부색을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 특징과도 연결했다. p.466
인종 이론은 그 타자들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고 힘을 휘두르는 자들의 특권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아울러 인종 이론은, 집단으로서의 국민이 이 세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집단으로서의 각 국민은 독자적 국가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관념을 강화했다. p.469
깃발을 살펴보면 금발 여자는 문명, 상대편 남자는 야먄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지금은 인종차별 현상이 약화되었다. 20세기 미국처럼 백인용 흑인용 시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옹호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그 흔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전히 유색인종을 보면 조롱을 하는 자들이 있고, 소셜미디어에 백인 우월주의적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이 발언은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최근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인종 자체가 없다고 한다. 단지 유전적 영향으로 피부 톤과 신체적 특징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 언급한다.



인종이든 기타 상식이든,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하나의 문화적 편견일 수도 있다.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를 읽으며 얼마나 자신이 하나의 사회적 가치 속에 동화된 채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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