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로 이사온 지 4년이 되었는데 가끔 차 한 잔 마실 사람도 불금에 맥주 한 잔 마실 사람도 없다.
가끔 집에서 일이 잘 안 될 때 동네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할 때 많은데 삼삼오오 모여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동네에 친구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좋겠지?
요가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는 치킨에 맥주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는데 술도 안 좋아하는 나도 '한 잔 마시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술 보다 대화나 분위기가 좋아보이는거겠지.
보통 자녀가 있는 집들은 자녀 친구들끼리 모이는 '엄마모임' 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나는 자녀가 없어서 친구만들 기회가 없을거라고만 생각해왔다.
갑자기 길을 걷다가 "저랑 친구하실래요?" 할 수는 없으니까.
유일하게 동네에서 내가 말을 하는 시간은 네일샵, 미용실 등 뷰티샵에 갈 때일거다. 꽤 수다쟁이가 된다.
사람들은 말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평소에는 말을 안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도 자주 하는데 나는 천성인가보다. '말'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사람과의 대화속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기 때문에 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에는 바쁘기도 했고, 이웃사촌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시간 조차 없기도 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최근에는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은 남편이 갑자기 동네 친구를 만나러 벙개모임에 나가는 날이다. 남편 친구들이 주변에 많이 거주하고 있고, 벙개 모임을 종종 가지곤 한다. 과거였다면 그 시간에도 나는 일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서 외로울 틈이 없었는데 요즘 나의 스케쥴은 "저녁에는 일하지 말자!" 라는 기준을 세우고 대부분 새벽부터 낮시간 안에 우선순위 업무는 마무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저녁이 확보 되어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좋은 점도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를 두고 나가는 날에는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공허함이 길어지면서 점점 '외롭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롭다고 아무나 붙잡고 "친구할래요~?"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나와 맞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야 하니까 더 어렵게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사적인 관계 = 운동, 독서 등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한다.
우리 동네에 소규모 요가원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라 2년째 다니는 중이다. 꾸준히 다니다보면 항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눈인사를 자주 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만날때마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스몰토크를 하며 조금씩 관계 형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오전에 수련이 끝나고 같이 나오면서 집 방향이 같아서 걸어가면서 가볍게 대화 나누기를 몇 번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쉬탕가 요가 하는 날 엄청 힘들어서 그냥 집에 갈 수 없다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오늘 수련 너무 힘들었다. 그쵸? 우리 맥주 한 잔 하고 갈래요?"
요가 친구 중에 한 명이 제안했고, 나머지 둘은 눈빛을 반짝이며 "좋아요!" 라고 1초컷으로 답했다. 다같이 모여 처음으로 밖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있어도 아이 친구들 엄마 모임에 불편해서 나가지 않는다고 오히려 잘 안 만나게 된다고. 갑자기 이 동네로 이사오게 되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이웃사촌이 없다고했다.
그렇다. 나만의 편견이었다.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람은 결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지나보다
요가를 함께 다니는 사람들과 요가와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이사오게 된 배경도 비슷해서 통하는게 많았다.
갑자기 먹게 된거라 한 시간만에 헤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긍정의 주파수가 흘렀다.
이사와서 4년 만에 동네에서 마시는 첫 맥주 타임이다.
살얼음 맥주가 시원하기도 했지만 대화를 나누는 내내 서로의 온도가 같아서 한 여름밤에도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더욱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