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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Mar 05. 2023

01. 프랑스로 떠나자!

한국을 떠나 프랑스 첫 입성 첫마디, “모두 판자로 만든 세트장 같네”


그날의 날씨까지도 기억난다. 20**년 2월 아침. 차가운 공기를 뚫고 리옹 Lyon에 도착하였다. 내 키만한 3단 이민가방을 꾸역꾸역 들고 역에서 바로 내려 택시를 잡은 뒤, 무작정 쪽지에 적힌 주소로 가달라 했다.


22살의 기개일까. 무척 용감했던 그날의 나는 택시 안에 앉아 리옹 시내를 보며 생각했다.


아.. 모두 판자로 세워진
영화 세트장 같네..


그게 프랑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높은 빌딩 하나 없이 주황색의 건물들과 돌바닥, 당연하게도 한글이나 영어는 하나도 없는..도시의 풍경이 나에게는 생소하고 마치 티비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현실감이 없었다.

큰 강이 도시 중간을 가로지르는 무척 멋있는 다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앞으로 내가 1년간 살게 될 학생 기사였다. 마치 고시원이 연상되는 작은 크기의 방에는 작은 세면대와 거울, 칸막이 뒤로 침대가 있었고 작은 옷장과 책장, 냉장고, 1인용 전기레인지가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모든 게 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 큰 주방, 세탁실은 공용이었다. 심지어 남녀 공용. 나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족함 있게 자란 건 아니었는데 마음 한편에 죄스러운 맘을 가지고 유학을 온 터라 정말로 저렴한 기숙사를 픽 했고, 만족했다.


3층 중앙에 있는 작은 방을 안내받아 문을 열었고 이민가방을 옆에 두고 침대에 앉아 숨을 돌렸다. 당장 너무 배고픈데 나갈 정신도 없이 고요하게 앉아 내가 온 그 길을 되짚어보았다.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과 인사하고,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내려 정신없이 표지판만 보고 기차를 타 리옹에 도착하고.. 지금 여기 앉아있네..



내가 처음 유학을 알아보게 된 건 미대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창작의 자유로움과 예술의 깊이가 궁금했던 20살 때였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었기에 다 같이 하는 크로키 수업에서 나는 엎드리기도 하고 별난 포즈를 취해 모두를 웃겼는데 왜인지 친구들은 그냥 서있기만 했었다.


나는 다양한 포즈를 그려보고 싶은데? 항상 같은 것만 그렸던 입시 미술에서 벗어나 이제야 좀 재밌는 작업을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크기도 더 크게! 재료도 더 다양하게!
생각도 더 창의적이게!



더 큰 곳이 궁금해졌다. 우리 전공과 교수님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오신 분이셨고 항상 수업 때마다 재미있는 유학 일화를 말씀해 주셨는데 눈이 반짝반짝하여 그때부터 꿈을 꿨던 것 같다. 1학년 1학기 차석으로 장학금 해택이 주어졌지만 나는 과감히 자퇴서를 내고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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