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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Mar 05. 2023

02. 처음 불어를 말해보다

엉망진창 불어 첫마디 “bonjo….”


당장 배가 너무 고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뭘 먹을 수 있을까. 슈퍼에 가서 간단한 생필품과 먹을걸 사기로 했다. 기숙사는 Vieux Lyon이라고 하는 구시가지 지역이었는데 울퉁불퉁한 돌바닥이 옛날의 딱 그것이다. 약간은 어정쩡한 감정의 상태로 거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이다.

구시가지 지역은 옛 프랑스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데, 건물의 벽돌도, 간판도, 유리창이나 대문 등도 모두 옛날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슈퍼가 보여 들어가보았다. 사실 프랑스인하고 마주하고

불어로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슈퍼에 들어갈 때는 인사를 해야 할 텐데.. 뭐라고 해야 하지?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혹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어쩌지? 두려움 가득한 채 슈퍼에 들어갔다.


프랑스 사람들은 지나가다 눈만 마주쳐도 설사 모르는 이라도 인사를 해준다. 때문에 슈퍼에 들어갔는데

인사를 안 한다는 것은…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아랍계 아저씨가 힐끔 보더니 “Bonjour” 인사를 건넸다.


아! 나도 대답해야 할 텐데..! "봉,,쥬르!" 하… 생전처음 불어를 말하는 나의 목소리가 낯설다.

뭐가 뭔지도 모를 딱딱한 빵을 사 와 버터도 잼도 없어 찬 물에 불려먹으며 그렇게 프랑스에서의 첫 식사를 하였다.



나는 종로에 있는 지금은 사라진 어학원을 다녔었는데 문법 위주의 공부만 9개월을 했다. 당시에는 원어민 수업이 보편화된 게 아니다 보니 유학을 다녀온 지도 거진 15년, 20년은 되신 베테랑 불어 문법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셨고 덕분에 나의 말하기 불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한국식 문법 교육으로 법칙만 장황하게 알려줄 뿐, 그것을 이용한 말하기나 작문등은 배우지 못했다. 


뭐가 뭔지도 모를 숙어와 문법만 잔뜩 메모된 노트를 가지고 마치 그것이 내 동아줄인냥 붙잡고 다녔다.  실제 입밖에 내는 불어와 책상 위에서 깜지로 쓰는 불어는 다르다. 뼈저리게 느낀 이 경험은 불행하게도 유학이 종료되는 그 시점까지도 내내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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