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봄이다. 나 홀로 뚝 떨어진 우주같았던 프랑스에서 동갑내기의 존재는 따뜻하고 크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어학원에 첫 시험을 보러 봄이와 함께 나섰다. 시내에 위치한 카톨릭 대학교 내의 부설 어학원으로 국립이라 수업료가 무척 저렴하다. 수업 개강은 일주일 뒤인데, 먼저 시험을 본 뒤 그 결과에 따라 레벨이 나뉘어져 반을 배정받는다.
조금 큰 강의실에서 모두 앉아 첫 시험을 보았다. 아뿔싸...이게 뭘까. 질문이 주어지면 내 생각을 서술해야한다. 객관식을 생각한 한국인 ‘나'는 프랑스식 서술 문제를 앞에 두고 완전히 망해버렸다.
주어 뒤에는 동사, 동사 뒤에는 목적어..
주어는 '나'니까 je.. 로 시작하고?
'복합과거'는 이럴때 쓰고,
'반과거'는 저럴때 쓰고..
이런 한국식 문법 정보만 알고있던 나는 단지 나의 이름 석자만 겨우 쓰고 황망히 빈 종이를 보고만 있었다. 나의 옆에서 무척 분주한 봄이... 그렇다. 봄이는 원어민 수준이다. 나는 왜 동갑이란 이유로, 그녀에게 친밀감을 가졌던 것일까. 한 페이지를 꽉 채워 적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를 보며 너무 큰 실력차에 멀어지는 우리 사이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왕초보 수준은 면한 기초반. A2 봄이는 원어민 수준의 C1 반이었다.
언어 레벨은 A1->A2->B1->B2->C1->C2 로 나뉘어지는데 A1이 기초이고 C2는 원어민 그 자체의 반이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가려면 최소 B2, 높게는 C1까지도 요구한다. 나는 갈길이 아직도 까마득하다.
그렇게 첫 수업에 입성하였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친절하신 선생님. 하지만- 이곳에서의 수업은 나에게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다. 보통 한달에 한번씩 시험을 봐서 레벨을 통과하면 월반을 하게 되는데, 나는 오히려 반이 내려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