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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Aug 21. 2023

07.핸드폰 개통한 날, 소매치기당하다. 트리거썰 주의

당신의 주변을 맴도는 그 꼬맹이들을 조심하라-

2. 적응하려 노력하다.


적응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로 핸드폰을 개통하러 갔다. 그전까지는 한국 유학원에서 개통해 준 핸드폰을 가져갔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을 시스템이다. 일단 내가 전화를 걸면 무조건 500원이 든다. 그리고 상대방이 받으면 1분당 500원이 든다. 대신 국제전화도 현지에서의 통화도 상관없이 할 수 있었다. 언제 한번 엄마가 전화비가 20만 원이 나왔다고 한 이후로는 말도 안 되는 고지서의 충격에 전화를 아예 쓰지 못하였다. 덕분에 프랑스에 온 지 7개월 만에 프랑스 통신사를 통해 핸드폰을 만드리라 다짐한 것이다.


오렌지 Orange 란 통신사로 갔다. 기계에 대한 욕심이 없는지라 그냥 저렴한 걸 선택했고 1년 약정으로 계약했다. 아직 불어가 원활하지 않은 터라 미리 필요한 서류를 파악해 가져갔고 문제없이 계약할 수 있었다. 직원이 나에게 핸드폰 보험을 추천했지만 물건을 험하게 쓰는 성격이 아니라 거절했다. 새로 생긴 '프랑스 폰'을 들고 신이 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나타난 남자아이 3명이 나를 에워쌌다. 좁은 다리에는 나 밖에 없었고 키가 작은 동양인 여자애가 얼마나 만만했을까.

아이들은 나를 둘러싸 핸드폰을 순식간에 낚아챈 뒤 도망가버렸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앞으로 일 년은 남은 할부와 보험을 추천한 직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 아이들이 핸드폰을 강 밑으로 던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끝장이다! 꼼짝없이 사용하지도 않은 폰 할부를 내야 한다.


눈이 번뜩였다. 나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아이들을 쫓아갔다.


평일 너무 평화로운 오후 시간대- 지나가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아슬아슬한 다리 위에서 추격전이 펼쳐졌다. 그중 제일 키 큰 아이가 나의 머리카락을 움켜 잡았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질질 끌려갔다. 허우적거리며 맥없이 당하다 기회를 봐 그 아이 다리를 덥석 잡았고, 힘을 줘 벌떡 일어났다.


"철썩!"


사정없이 그 아이의 볼을 내리쳤다. 잔뜩 화가 나서 나의 눈에서 불꽃이 나왔다.  "내 핸드폰 내놔! donne moi! Mon portable!!" 나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눌리고 얻어터진 볼때기의 아픔이 느껴졌을까 "죄송해요, 죄송해요 마담.. désolé, désolé madame..." 엉엉 울며 아이는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나를 다리 끝으로 데려가 세 명의 아이 중 한 명이 숨겨놓은 돌 밑의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이 놈! 다시는 동양인 여자를 만만하게 대하지 마!


나는 그렇게 핸드폰을 되찾을 수 있었고, 소극적이고 만만해 보이면 안 되겠다 생각한 큰 경험이었다.


프랑스에 와서 처음 본 엄청나게 큰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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