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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Dec 29. 2022

프랑스 공공미술 수업의 힘.

국민들의 마음속에 예술의 씨앗을 심기

2013~2014 : 월간 전시 가이드에 기재된 칼럼글입니다.


프랑스 예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프랑스 사회의 어떤 점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예술의 씨앗을 심어놓고  기르며 피워 오르게 만들었을까. 프랑스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이민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에 대한 복지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아무리 이민자의 아이라도 프랑스 땅에서 프랑스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면 모두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란 생각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 분야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친숙한 생각을 갖게 하게끔 수많은 배움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미술 학교에서 행하는 Cours Publics (일반인들을 위한 공공 수업)이다. 아이들은 모두 지역에 있는 미술 학교에서 실시하는 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한국의 일반 미술 학원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모두 정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은 학교의 정규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미술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그 커리큘럼은 나이별로 과목 별로 매우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나이는 9세-14세, 15세-20세로 나누어져 있고 성인들을 위한 18세 이상 수업 또한 잘 갖추어져 있다. 수업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어서 희망한다면 외국인도 차별 없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업의 기본적인 의도는 다양한 배움을 아이들에게 제공, 스스로 선택하여 실현해보며 창의성을 계발하는데 있다. 그리기, 조각, 도자기 공예와 크로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미술 역사와 성인들을 위한 판화 수업까지, 커리큘럼은 그 다양성을 자랑한다. 또한 매년 수업의 마무리쯤 전시회를 가져 아이들 스스로 책임감 있는 작업을 완성하게끔 의도하며 다른 클래스 학생의 작품을 보며 공통된 테마의 다른 해석을 배울 수도 있다.

그 안을 더 파고들어가 보자면 그들의 교육 방식엔 이러한 차이점이 있다. 모든 평범한 일상 속의 것들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자연물, 폐품, 재활용품 등을 이용하여 직접 손으로 엮고 만들어 작품을 완성해 낸다. 오렌지 껍질을 붓 삼아 그림을 그리거나 나뭇가지, 꽃등을 손가락으로 비벼 그림을 그리고 혹은 상자나 신문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미술 재료엔 한계가 없고 어떤것이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단 것을 아는 것이다. 또한 색의 다양성과 표현성을 가르치는데 하늘은 하늘색뿐만이 아닌, 먹구름이 낀 회색 하늘, 빨간색의 노을, 푸른색의 안개 낀 아침 하늘 등의 미세한 색 변화에 대한 설명과 색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없애 준다. 시와 노래 등 아름다운 문학을 들려주고 거기서 영감을 받아 표현하기도 한다.


일전에 내가 잠시 청강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땐 댄서를 한 명 초청하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하였고 그것을 감상하며 떠오르는 느낌을 빠르게 스케치하는 수업이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댄서의 움직임에서 바람을 느끼거나 동물을 느끼거나 혹은 추상적인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것을 종이 위에 표현하였다.


이처럼 14세 미만 아이들에겐 기본적인 미술에 대한 지식만을 줄 뿐 해석과 표현은 그들의 자유에 맡긴다.

그러나 15세 이상의 수업에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기본적인 교육 의도는 같지만 좀 더 체계적이며 철학적이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종교적, 이념적, 철학적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해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방식은 문제를 한 가지씩 내주며 그것에 대해 토론을 한다.


'왜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는가?'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은 예술계에 있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아이디어란 것은 예술 작품을 만들기에 충분한가?'

'오늘날 현대 미술에서 '미(美)'를 찾아볼 수 있는가?' 등이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예술 작품을 해석하여 발언하는 표현 방식을 배우고 다른 이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토론 방법 또한 배우게 된다. 미술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은 본인 지역의 미술 학교에서 공공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도 한다. 대학의 교수들이 직접 공공 수업을 강의하기 때문에 원하는 학교의 성향과 교수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엔 성인들을 위한 취미 교실 또한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누드 크로키, 판화, 타피스리(자수 세공품), 유화, 조각, 도자기 등

실생활에서 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만약 어렸을 적 미술에 배움이 뜻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렇듯 가까이에 있는 공공 수업을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그 취미를 즐길 수 있단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바쁜 일상을 쪼개 수업을 들으며 하루의 보람을 찾는 프랑스인들의 미소와 어린아이들의 순진한 표현을 보며 프랑스가 가진 예술의 힘은 정부와 학교가 손을 잡고 

체계적인 수업을 국민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한다는 것. 그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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