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을 알고 싶어? 로베르네집 놀러 가자~
2013~2014 : 월간 전시 가이드에 기재된 칼럼글입니다.
현재는 이름이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아래 주소 첨부합니다. 꼭 가보세요~^^
[59 Rivoli] 59 rue de Rivoli, 75001 Paris France
파리에 가게 되면 예술을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파리 1구 루브르 박물관과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관광 명소와 맞닿아 있는 자유롭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공간 '로베르네 집'이다. 커다란 백화점과 쇼핑몰, 관광객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노라면 우연이든 아니든 그곳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그 화려한 장식이 마치 커다란 선물 포장처럼 7층 건물 전면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멋들어진 입구에는 커다란 글씨로 ‘로베르네 집, 무료입장 (Chez Robert, Entre Libre)’, ‘가난은 범죄가 아니다(La Pauverte n’est pas un crime)’라고 씌어있다. 그 의미에 맞게 이 건물은 예술가들이 경제적 궁핍함 때문에 그 예술성과 표현의 자유를 포기할까 염려하여 프랑스 정부에서 인정한 모든 예술가에게 개방된 자유로운 예술 공간이다. 처음엔 쓰레기로 가득 찼던 버려진 건물을 무단으로 점거한 예술가들에 의해 발전되어 불법점거에 대한 소동과 복잡한 소송을 거쳐 함께 자라온 곳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기도 하다.
육중한 대문은 세계 각지에서 온 예술가를 꿈꾸는 지망생들과 자유로움에 매혹돼 찾는 수많은 관광객, 또 그들과 함께 어울리길 원하며 영감을 찾아온 예술가들을 맞이하기 위해 활짝 열려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7층까지 뻗어있는 아찔한 계단과 그 계단을 휘감는 멋진 벽화를 볼 수 있는데 계절마다 달마다 바뀌는 벽화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건물 내부는 크게 2개의 공동 전시실과 개인 작업실, 숙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 작업실 역시 모두 개방되어 있고 따로 문이나 울타리가 없어 모두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창작하고 있었다. 또한, 외부인이나 여행자들도 자유로이 숙박을 할 수 있고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의 벽이 없어 곳곳에 작은 티타임을 갖는 것도 볼 수 있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개방적인 창작, 전시 공간이자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되어 가는 하나의 예술인 셈이다.
항상 자유로운 아틀리에 안의 아티스트들 또한 지켜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작업실, 전시실 등 공간을 개방적으로 운영한다” “매일 작업한다” “서로를 존중한다-성별, 인종, 국가, 종교 등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평등한 생활을 지향” 등의 규칙이다.
이런 원칙에서 알 수 있듯이 로베르네 집에서 예술가란, 작업을 할 때 작은 작업실에 혼자 앉아 고독을 위안 삼으며 작업을 하는 형태가 아니다. 소통과 그 소통을 통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람객이 미술관에 가서 수동적으로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여 소화하는 고정된 미술관의 섭리가 아닌,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의 틈을 좁히고 만남과 소통, 공감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하나의 예술 문화, 운동으로서의 목적을 가진다. 또한 '매일 작업한다'란 규칙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고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에서 매일 하는, 밥을 먹고 씻는 일처럼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베르네 집의 운영방식은 프랑스 내에 현존하는 다른 아틀리에와 갤러리들에서도 유일무이한 형태이며
하나의 예술 문화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 확보와 관람객과 예술가 간의
자율적 소통과 참여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준다.
예술의 발전을 위해선 창작자의 경제적 빈곤함에 대한 물음을 띄워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젊은 예술가들의 성장을 도모하여야 한다. 관람객과의 문화적 소통과 공감을 얻어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예술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걱정 없이 창작하며 발전하는 문화 형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