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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isung 기이성 Aug 12. 2023

프랑스 미술관 탐방. 모두 무료야?

당신이 25세 미만이라면? 프랑스에 갈 일이 있다면?

2013~2014 : 월간 전시 가이드에 기재된 칼럼글입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여름내내 긴 휴가를 즐기는 프랑스 대학생들은 어떤 보람찬 활동으로 여름을 꽉 채우고 있을까? 6월 학기가 끝나고 9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가는 프랑스 미술 대학 학생들은 짧으면 짧고 길면 긴 휴식 시간 동안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뿐만이 아닌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살찌우는 데에 많은 힘을 쏟는다.


평소 존경하는 예술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어시스트를 자처하거나 근처 갤러리에서 큐레이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혹은 프랑스의 미술관을 감상하는 등 말이다. 프랑스에선 뮤제 데 보자르 (Musee des beaux-arts) 란 국립 미술관이 도시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미술관은 꼭 있으며 방문 시, 책에서만 봐오던 유명 화가들의 명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꼭 파리까지 가지 않아도 말이다.


우연히 들른 시골 마을의 미술관에서 평소 좋아하던 스페인 화가 엘 그레코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 윌리엄 부게로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운 기쁨이 있다.


프랑스처럼 25세 미만 학생들에 대한 특별 혜택이 아주 많은 나라에선 학생 신분에 감사하며 모든 것을 누려보는 것이 좋다. 25세 미만 학생들은 학생증, 외국인 일시엔 국제 학생증, 또는 여권을 가져가면 할인, 혹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25세 이상이라면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을 주목하면 된다. 프랑스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 유명 성 들이 무료 개방이기 때문이다.

혹 미술 전공 지망생들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나이 제한을 받지 않고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단 루브르 박물관은 유럽 내 학생들만 할인 적용)


프랑스 미술관에 대한 얘길 해보자면 콧대 높고 도도한 느낌의 루브르 미술관(Musée du Louvre)은 고대에서 19세기까지의 오리엔트 및 유럽 미술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수만도 총 20만 점을 넘는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을 비롯하여 모네 ·드가 ·피사로 ·르누아르 ·세잔 ·고흐 등 근대 회화의 유명 명작들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유명한 비너스 상과 모나리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루브르는 그 웅장한 규모만큼 많은 수의 강탈한 예술품들과 창고에 쌓인 채 잊혀 가는 문화재들 덕에 그 오명을 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선 외국 관광객들의 나라에서 강탈해온 작품은 그들에게 돈을 받고 보인다.


프랑스에서 루브르 미술관은 자랑이지만 우리에겐 슬픔이고 아픔이다. 실제로 오리엔트 층에 있던 한국관의 조선 시대 백자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의 복잡함은 루브르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게 된다.

그 때문에 내가 특히 선호하는 미술관은 바로 퐁피두 미술관(Centre Pompidou)과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이다. 시즌마다 새로운 특별 전시를 내놓는 퐁피두와 오르세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퐁피두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퐁피두 예술 문화 센터인데 처음에 설계도가 공개됐을 때, 제련소나 정유공장 같은 직선적 강철제의 구조와 청색과 적색의 울긋불긋한 설비로 반듯하고 정갈한 이전의 현대 건물 양식과는 판이하게 달라 충격을 주었다.


안에는 문화 센터답게 도서관(BPI), 공업창작센터(CCI), 음악·음향의 탐구와 조정 연구소(IRCAM), 파리 국립 근대미술관(MNAM) 등이 있으며, 이 센터의 창설에 힘을 기울인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붙여 1977년에 개관하였다.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항상 파격적인 작품을 전시하는데 프랜시스 베이컨, 피카소, 마르셀 뒤샹, 샤갈,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 등의 작품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명, 무명작가들의 작품 또한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도트 미술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또한 퐁피두센터에서 전시한 적이 있는데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 직접 들어와 있는 듯한 특수 효과와 독특한 거울 방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고 또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퐁피두와 비슷한 성격의 미술관으로는 빨래 드 도쿄 현대 미술관(Palais de Tokyo)과 그헝 빨래 국립 현대 미술관(Grand palais) 등이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오르세 역이란 이름의 기차역이었다. 실제 이용하던 기차역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기차역의 예술적 변신, 오르세 미술관은 돔 형식의 지붕과 스테인드글라스, 기차역임을 말해주는 중앙의 거대한 시계탑이 특징이다. 특히 모든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훌륭한 명화들이 기차선로를 따라 전시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스럽고 전통적인 그 건축 디자인에 입이 벌어졌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 개방을 하며 지식적 목마름을 충족해주는 혜택과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국립 미술관 하나쯤은 있는 곳. 프랑스의 여름은 이렇듯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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