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이쁜 어플을 발견해서 이렇게 첫글을 남겨본다.
나는 쭉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 직장생활도 약 9년 가까이 한 토종 한국인이다.
중간에 뉴욕으로 교환학생 다녀 온 반년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자리잡고 살았던 기억은 없다.
그런 내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서,
내 나라를 떠나 독일이라는 곳에 이민을 결심하게 된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대학도 직장도 한번의 낙오없이 진행되면서,
늘 공부잘한다 칭찬 들어왔기에 한국의 경쟁 심화사회도 노력만 하면 다 극복된다고,
언제까지나 노력하고 열심히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치열한 직장생활 끝에 매년 상승되는 급여, 해외여행, 근사한 레스토랑 등
자유와 가족과의 시간을 유예한 댓가로 얻게되는 달콤함도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맘 깊은 곳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직장이 없으면 언제든 하류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
몸이 갑자기 아프면 온가족이 불행과 경제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육아, 교육, 결혼 등 인생의 큰 기쁨이어야 할 단계단계들이 매번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쉽지 않은 현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고,
늘 날을 세우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손해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저변에 깔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삶은...피곤했다.
주변에 젊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은데, 원하는 직장에 취업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봤다. 누군가는 그게 '가난한 모국' 때문이라고 했다.
힘들면 위로 받고 싶은데, 위로받고 다시살아갈 힘을 얻을텐데, 요즘의 사회는 따뜻한 말도, 가벼운 포옹도 거세된, 매순간 모두가 내 코가 석자인 시대같았다.
그래서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이악물고 버텨내야 한다, 그렇게 정상에 서면, 그럼 다 괜찮아질 거야.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문득.
다같이 행복하면 안되는거야?
생존만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거야? 우린 사람이잖아.
사람이 떡으로만 살건 아닌데, 왜 난 늘 떡이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그러던 어느날, 더이상 내 영혼이 버틸 수 없을만큼 말라버렸을 때, 8년을 넘게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가 살고 있는 독일로 갔다.
3개월간 머무는 동안,매일 밤 라인강을 산책하던 어느날.
부드러운 강바람, 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
달이 비쳐 두번째 달을 만들어 내는 라인 강물을 보면서,
동화같다...란 생각을 하던 내 두 눈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내가 원하던 건 그냥 내 볼을 위로하듯 스쳐가는 바람과,
고요함 속에 내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는 한 사람과,
평화로운 마음.
그거였던 거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해도,
이 순간이 시한부일 수 있다는 불안함에 항상 주변을 두리번거려야했던 한국에서, 난 휴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알람이 아닌 들려오는 종소리에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때,
나를 보고 미소짓는 그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고 아무 걱정없이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난 참 행복했다.
그리고 경제적 부의 절대액보다, 이 평안한 마음과 세상 모든 자극을 받아들일 열린 마음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난 새로운 환경에서'나'를 돌보며 살고자 이민을 결심했다.
결국 그렇게나 목마른 애처럼 찾아 떠나던 여행도,
목적은 하나였잖아.
'나를 찾아 나답게 살고 싶은 것.웃고 싶은 것.'
이제는 여행에서의 일시적 행복이 아닌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매일 만끽하며 살아가보고 싶다.
독일이 모든것의 답이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누가 말했더라.행복 유목민.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을, 하는 곳을 찾아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세상을 유랑할 권리가 있다.
그게 바로 삶이 준 특권 아닐까?
내가 독일에서 본 것은
공부하고 싶은 자, 공부하라
아픈 자, 돈 걱정 없이 치료받으라
누구든지 자신의 수입 수준 내에서 다양한 문화적 즐거움을 누리라
등 인본주의 사회의 단면들이다. 난 자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가 지금의 나에게 단비같은 존재라 생각했고 3개월간의 독일 생활에서 그 실마리를 보았다.
그래서 떠난다. 새로운 기회를 향해.
그리고 그 여정에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해줄 그가 있어 행복하다.
살아가 보자, 다시한번. 활짝 웃으며.